한국교통대학교 행정학부 명예교수

허준이 미국 프린스턴대 교수가 수학계의 노벨상이라고 불리는 필즈상을 받았다.

허 교수의 부친인 허명회 전 고려대 통계학과 교수는 미국 스탠퍼드대에서 통계학 박사학위를 받은 저명한 학자이지만, 허 교수는 대학 때까지 수학에 별로 관심을 가지지 않았고, 스스로 자신은 수학을 못 하는 아이라고 생각했다고 한다.

일각에서 이야기하듯이 수포자는 아니지만, 서울대에서 수학자 히로나카 교수를 만나서 수학에 관심을 가지면서 늦깎이 수학자가 되어서 필즈상을 받게 되었다.

그는 한 인터뷰에서 “순수 수학은 인류가 지난 수천년간 꾸준히 발전시켜온 놀이 문화”라면서 전 세계 수많은 수학자가 오직 즐거워서 수학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고 한다. 허 교수는 성공의 기본 공식으로 이야기하는 논어의 “아는 사람은 좋아하는 사람만 못하고, 좋아하는 사람은 즐기는 사람만 못하다(知之者不如好之者, 好之者不如樂之者)”라는 말을 입증하고 있다.

가장 좋은 교육과 공부 방법은 공부를 놀이처럼 생각하게 하는 것이다. 이에 교육형태로 에듀테인먼트(edutainment)는 에듀케이션(education, 교육)과 엔터테인먼트(entertainment, 오락)를 합쳐서 게임을 하듯 즐기면서 학습할 수 있도록 하는 교육형태를 바꾸고자 한다.

그러나 수능 중심의 우리의 수학 교육은 게임을 하듯이 가르치는 것이 아니고 스트레스의 대상이 되고 점수를 높이기 위해서 사교육을 받지 않으면 안 되는 분야가 되고 있다.

그 결과 ‘사교육 걱정없는 세상’의 2021년 전국 수포자 설문조사 결과에 의하면 초등학교 6학년에서 수포자라고 생각한 비율이 11.6%, 중학교 3학년은 22.6%, 고등학교 2학년에서 32.3%로 학교급이 올라갈수록 높아지고 있다.

다른 분야와 달리 수학은 순차적 지식을 요구한다. 초등학교에서 학습 결손이 생기면 중학교에서 수학이 게임이 될 수 없고, 중학교에서 결손은 고등학교 수학을 따라갈 수 없게 되어 있다. 이러한 누적 학습 결손을 사교육으로 보충할 기회가 없는 학생은 수포자가 되어야 하는 구조적 결함을 가진 것이 우리의 교육이다.

수학교육을 에듀테인먼트로 바꾸어 수포자를 줄이고 고등학교 2학년 기준 72.4%가 스트레스의 대상이 되는 수학 교육을 놀이 문화로 바꿀 방법은 없는가? 많은 수학자나 교육자들이 연구하고 방법을 제시하고 있지만, 상위권 대학 기준의 수능 시스템이 이를 모두 가로막고 있다.

3차 정보화 혁명과 제4차 산업혁명의 기반은 수학이고, 국가 경쟁력도 국가의 수학 역량과 비례하고 있다. 수학은 사고력, 추리력, 문제 해결력을 위해서 가장 기본이 되는 역량이다.

이러한 역량은 왜 수학을 배워야 하는지를 알지 못하고 단순히 문제풀이 역량만 길러서 되는 것이 아니다.

지금 수포자까지 이과와 공대에 진학하고 있다. 그 결과 수학을 포기하고 전공을 포기하는 대학생을 양산하는 대학교육으로 이어지고 있다. 이 모순을 극복할 방법은 없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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