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전 번역가

기원전 645년 춘추시대, 관중(管仲)은 제나라 사람이다. 당시 관씨 성은 주나라 성왕 때 반란을 일으킨 관숙의 후손이어서 어디서나 곱지 않은 시선을 받아왔다.

그러다 보니 관씨는 출세하기가 어려웠고 대부분 형편 또한 가난했다. 관중 역시 마찬가지였다. 그래도 그는 학문에 대한 열정이 높았고 특히 경제 분야에 있어 누구보다 똑똑했다.

하지만 젊어서 벼슬을 얻고자 한 일이 도리어 죽을 고비를 맞았다. 다행히 자신을 알아주는 친구 포숙의 도움으로 목숨을 건졌고 포숙의 추천으로 군주 환공의 신하가 되었다. 이후 환공의 신임을 받아 정책을 펼치니 백성이 잘살고 군대가 강해졌다.

제나라는 단숨에 천하제일의 부자 나라가 된 것이다. 그로 인해 환공은 춘추시대 첫 번째 천하의 우두머리 패자가 되었다.

이 공로로 관중은 재상에 올라 제나라를 책임지게 되었다. 이때 그는 정치에 대해 남다른 신념을 보였다. 세금과 부역 문제에 있어서 그는 신하들과 견해가 달랐다.

“정치란 백성을 부유하게 하는 것이 으뜸이다. 백성을 가난하게 만들어 놓고 어떻게 나라에 충성하기를 바랄 수 있단 말이냐!”

그래서 관중은 나라의 발전을 가로막는 주요 폐단이 가난이라고 여겼다.

“백성이 가난하면 나라를 다스릴 수 없다. 가난한 백성은 쉽게 집을 떠나고 마을을 떠나고 나라를 떠나니 통치를 능멸하고 법을 우습게 여기기 때문이다.”

또 관중은 당시 천하의 군주를 네 가지로 분류하였다.

“올바른 군주는 백성의 지지에 사활을 걸고, 정복자가 되려는 군주는 군대의 지지에 사활을 걸고, 쇠퇴하는 군주는 지배계급의 지지에 사활을 걸고, 망해가는 나라의 군주는 여자와 재물에 사활을 건다.”

관중은 성숙한 정치에 대해 ‘사순(四順)’을 예로 들었다. 사순이란 나라가 백성을 위해 해주어야 할 네 가지 순리를 말한다.

“첫째 백성은 근심과 고통을 싫어하니 군주는 백성들을 즐겁게 해줘야만 한다. 둘째 백성은 가난과 천한 것을 싫어하니 군주는 백성을 부유하고 귀하게 해줘야 한다. 셋째 백성은 위험에 빠지는 것을 싫어하니 군주는 백성을 안전하게 보호해줘야 한다. 넷째 백성은 대를 잇기를 바라니 군주는 후대가 끊어지지 않도록 생육을 보존해주어야 한다.”

이어 관중은 ‘사순’이 충족되면 ‘사유(四維)’가 세워진다고 했다. 예(禮)란 생활이 넉넉해지면 누구나 자연스럽게 알게 되는 조심스러운 행동이다. 의(義)란 옳고 그른 것을 분별하는 것이다. 백성이 의를 구분하지 못하면 나라는 악의 길로 들어서기 마련이다. 염(廉)이란 생활이 깨끗하여 행동에 잘못이 없는 것이다. 이는 백성이면 누구나 구걸하거나 빚을 지지 않는 걸 말한다. 치(恥)란 자신의 잘못에 대해 부끄러움을 아는 것이다. 부끄러움을 아는 사람은 남에게 같은 잘못을 반복하지 않는다. 백성이 사유를 알게 되면 그때 비로서 군주를 인정하게 된다.

사순사유(四順四維)란 나라가 부유해지려면 백성이 편하고 넉넉해야 한다는 것이다. 정치가 권력투쟁에 빠져있으면 백성은 굶주리기 마련이고, 정치가 온유하면 백성은 부유하기 마련이다.

aionet@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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