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지영 청주오창도서관 사서

 

[충청매일] 살아가는 시간들 중 어려움이 느껴질 때면 어떻게 살아가는 것이 좋을지 생각해보게 된다. 나의 모든 것이 끝나는 순간, 죽음을 생각하면 역설적이게도 마음이 가벼워지면서 생각이 정리된다. 언제인지는 모르지만 한번은 오는 죽음을 어떻게 겪을 것인지 생각하면 삶을 살아가는 방식도 정리가 되는 것 같다. 그래서, 잠깐 삶을 돌아보고 싶은 이들에게 이 책을 추천하고 싶다.

비교적 근래에 죽음을 다룬 베스트셀러에 ‘죽은 자의 집 청소’, ‘떠난 후에 남겨진 것들’ 등이 있다. 이 책들은 죽음 이후에 그들이 남긴 자취를 담고 있다면, ‘천 번의 죽음이 내게 알려준 것들’은 죽어가는 사람들의 남은 삶과 다가올 죽음을 다룬 이야기를 담고 있다. 호스피스 의사가 쓴 극심한 암성 통증으로 고통받는 환자들의 마지막 여정지인 호스피스 병동 사람들의 이야기다.

죽어가는 삶에도 당연히 다양한 모습이 있다. 죽음을 앞둔 어머니 앞에서 재산 싸움을 하는 자식들 얘기도 있고, 가족들의 지나친 염려로 끝까지 자신의 병명도 모른 채 죽어간 아버지 얘기도 있다. 그 동안 잘해드리지 못한 미안함을 갖고 있는 자식의 진통제의 부작용 우려로 인해 통증 치료 한 번 제대로 못하고 고통을 참아내며 죽어간 어머니 얘기도 있다. 심지어는 임종을 맞이하는 시간까지 오래걸린다며 항의하는 자식 얘기도 있다. 그 어떤 얘기든 죽음으로 끝이 난다.

‘내일 뵐게요’라는 말이 틀릴 때가 종종 있다고 한다. 병동 특성상 내일을 기약하지 못하는 사람들이 많다고 한다. 그래서 저자는 더 나은 미래, 내일을 위해 아등바등하는 것보다 오늘의 행복을 위해 함께 하는 것이 더 중요한 거 같아 자잘한 일은 미루고 순간을 즐길 필요가 있다고 말한다. 죽음을 기약하고 있더라도 마지막 순간까지는 행복했으면 한다고 한다. 말기암 환자가 되어서야 따뜻하게 대해주는 남편 때문에 삶에서 지금이 가장 행복하다고 말한 환자 이야기가 있다. 어떤 상황이나 환경이 아니라 순간이 중요한 것은 아닐까 싶다.

그래도 이 책을 읽으며 혼자 가야하는 죽음의 길에 곁을 지켜봐 주는 사람들이 있다면, 좋은 마무리가 될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문득 삶을 환기하고 싶은 분들이 있다면, 이 책을 추천하고 싶다. 짤막한 에피소드 들로 구성되어 있어 시간 날 때, 생각날 때 꺼내보면 조금은 삶을 배울 수 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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