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인
청주민예총 사무국장

 

[충청매일] 청년이 살아야 나라가 산다. 산업, 문화 등 다양한 분야에서 청년을 위한 정책들이 쏟아지고 있다. 청년을 위한 주거, 청년 창업 지원은 물론이고 예술 분야에서도 청년 예술인을 위한 지원이 확대되고 있다. 대부분 나이로 제한하는데, 제도의 변화에 따라 나이를 먹어가는 중장년층은 오갈 데가 없는 신세가 되기도 한다.

출산율의 저하로 인구가 줄기도 하지만, 미래가 불투명한 예술의 길을 선택하는 이도 줄었다. 그렇다 보니 서울을 제외한 지역의 예술계는 고령화되고 젊은 예술인을 찾아보기 어려운 실정이다.

학생은 줄어들고 미달을 막기 위해 외국인 유학생 유치에 열을 올리고 있는 것이 현실인 대학은 살아남기 위해 취업률이 저조한 기초 학문이나 예술학과를 제일 먼저 폐지하고 있다. 청주대와 서원대도 예술대학을 포기했다. 예술대학의 부재는 젊은 예술인의 유입을 차단함은 물론, 지역의 인재를 다른 지역으로 빼앗기는 결과를 초래한다.

청주에서 활동하는 예술인 중에서 다른 지역 출신 예술인을 보면, 대학을 청주에서 다닌 인연으로 정착한 경우와 청주시립예술단 취업으로 청주와 연을 맺은 경우가 대부분이다. 고무적인 일이긴 하지만, 청주에 예술대학이 사라졌고 청주시립예술단은 포화상태이다. 더는 청주에 정착하는 예술인은 없을 것이다. 오히려 청주를 떠나 서울로 향하는 발걸음이 많아졌다.

그나마 독신인 경우는 가정을 꾸린 예술인보다 형편이 나은 편이다. 30대 중반을 훌쩍 넘어선 독신 예술가들이 많은 이유도 경제적 문제와 연결되어 있을 것이다. 결혼을 고민하거나 결혼하고 가정을 꾸리는 경우 가장 큰 걱정은 가게 살림이다. 예술인이 아닌 모든 사람의 고민이겠지만, 예술인의 경우 예술을 포기해야만 하는 일이 생긴다. 예술이 밥 먹여주는 사회가 아니니 어떻게든 살아야 한다.

중년 예술인은 어디로 가야 하나. 30~40대 예술인의 경제는 결혼과 출산, 양육, 교육비용의 증가로 어려움에 부닥쳐있다. 그런데도 예술 활동을 지속하는 예술인들을 보면 안타까운 마음뿐이다.

어려움 속에서도 예술의 길을 놓지 않고 한 길을 걸어가는 예술인이야말로 특별 대우를 받아야 한다. 예술인에게 나이를 먹는다는 것은 예술 세계가 넓어지고 깊어짐을 의미하지만, 새롭게 변화하는 예술 정책에 뒤처짐을 의미하기도 한다. 무한 경쟁 속에 내몰기에는 첨단기기 사용법이 익숙하지 않은 아날로그 세대 예술인에게 불리한 상황이다. 예술이 기획력으로 판결되는 공모 사업은 스포츠 경기나 다름없다.

청년도 언젠가는 나이를 먹는다. 청년 예술인 문제보다 더 중요한 것은 예술의 지속성을 확보해주는 일이다. 지역의 젊은 예술인의 부재 문제의 해결과 육성을 위한 대안 마련도 중요하지만, 중장년 예술인의 예술 세계에 날개를 달아주는 일도 시급하다. 결혼 자금이나 내 집 마련 또는 출산 장려를 위한 대출 제도와 장학금 제도를 시중은행이나 정부, 예술인복지재단 등에서 시행하고 있으나, 지자체만의 실질적인 대안이 필요하다. 우선 예산의 확보가 중요한데, 매년 순수예술 예산은 전체 예산에 1%에도 못 미치는 실정이니, 어떤 대안을 내놓은들 뾰족한 수가 보이지 않는다.

이제는 ‘중년이 살아야 나라가 산다’로 표어를 바꾸어야 할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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