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훈 충북대병원 외과 교수

 

 

- 고도비만, 대사기능 뿐 아니라 정신건강, 관절, 심뇌혈관 등 영향…협진을 통한 의학적 치료 필요

- ‘비만대사수술’, 체중 감량·유지 넘어 동반질환 개선하는 유일한 치료법으로서 안전성과 효과 인정받아

 

국내 10대 사망 원인에 빠지지 않는 암, 당뇨, 심뇌혈관질환, 간질환, 고혈압성질환이 공통으로 갖는 위험 요인이 있다. 바로 ‘고도비만’이다. 고도비만은 과도한 지방 축적으로 체질량이 비정상적으로 증가한 상태를 의미하며, 국내에서는 몸무게(kg)를 키(m)의 제곱으로 나눈 수치인 체질량지수 (Body Mass Index, BMI)가 30kg/㎡ 이상인 경우를 의미한다. 고도비만으로 인한 체중 증가는 관절 부담을 가중시켜 관절염을 유발하고, 만성적 염증을 동반해 당뇨를 비롯한 각종 대사질환의 위험도를 높인다. 신체적 고통뿐 아니라 외모로 인한 사회적 위축감과 불안감, 우울증 등 정서적 고충도 유발한다.

고도비만은 생명을 위협할 수 있는 암, 심뇌혈관질환, 간질환, 고혈압과도 밀접한 연관성을 갖는다. 실제 국내 조사에 따르면, 국내 비만 환자의 주요 고형암 발생률은 정상인과 비교했을 때 성별로 남성 1.5배, 여성 1.2배 증가했으며, 20~30대 비만 환자의 경우 심근경색 발생률과 뇌졸중 발생률이 각 1.7배 증가했다. 고혈압 역시 다수의 연구를 통해 체질량지수와 정비례에 가까운 상관관계를 갖는 것으로 밝혀졌다.

이에 따라 ‘고도비만’은 의학적 치료가 동반되어야 하는 ‘질병’으로 분류되고 있다. 세계보건기구(WHO)는 비만을 ‘21세기 신종 전염병’으로 지목하고 전 세계적인 비만인구 증가 추세에 적극적인 대처를 권고한다. 많은 비만 환자들이 ‘다이어트’를 시도하지만, 실제 자가치료를 통해 체중이 감량되고 유지되는 비율은 10% 미만에 불과하며 이 마저도 재발할 확률이 높은 실정이다. 대한비만학회 진료지침에서는 비만 치료 방법으로 생활습관 개선을 통한 행동치료와 식사치료 및 운동치료를 1차적으로 권고하고, 체질량지수 25kg/㎡ 이상의 환자에서 비약물치료를 통한 체중감량에 실패한 경우 약물치료 시도를 권고한다. 추가적으로, 체질량지수 35kg/㎡ 이상이거나, 체질량지수 30kg/㎡ 이상이면서 비만 관련 동반질환을 가지고 있는 환자의 경우 수술적 치료를 고려할 수 있다고 제언한다.

비만대사수술은 체중감량 및 감량된 체중의 유지에 가장 효과적인 치료법으로, 위의 용적을 줄이거나 영양 흡수율을 감소시켜 체중을 감량시키며 그 방식에 따라 위우회술, 위소매절제술 등으로 나뉘어진다. 비만대사수술은 평균적으로 1년 내 20~30% 정도의 체중을 감량시켜 환자들의 삶의 질을 크게 향상시키고, 환자들의 기대 사망률을 50% 이상 감소시킨다는 결과가 있을 정도로 효과적인 치료 옵션이다. 미국에서 1950년대부터 시행된 비만대사수술은 그간 축적된 데이터와 기술 발전을 통해 지속적으로 안전성을 개선해왔다. 대부분 개복 방식이 아닌 복강경을 이용해 시행되기 때문에 환자들의 부담이 적고, 빠른 회복을 기대할 수 있다. 실제 복강경 비만대사수술의 경우 비만도가 매우 높은 환자들, 고령의 환자들, 심폐 합병증을 앓고 있는 환자들에서도 안전하게 시행될 수 있는 것으로 연구 결과를 통해 밝혀진 바 있다.

비만대사수술은 체중 감량뿐 아니라 각종 동반질환의 개선과 사망률 감소 에도 효과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에서 1158명의 비만 비알코올성지방간 환자들을 대상으로 진행한 연구 결과, 비만대사수술을 받은 환자들의 경우 간경변, 간암 등 심각한 간질환과 심부전 등 주요 심혈관계사건 발생 위험이 유의미하게 감소했다. 이와 함께, 대사비만과 고혈압 및 합병증 관련 논문을 집중 분석한 국내 연구 결과에서도 비만대사수술을 받은 고혈압 환자의 약 66%에서 고혈압이 완화된 것으로 밝혀졌다. 특히 비만대사수술은 당뇨를 동반한 경우 당뇨 개선에 뛰어난 효과를 보여주며, 수면무호흡증, 관절염 등 합병증의 개선에 큰 효과가 확인된 바 있어, 이미 동반질환을 앓고 있는 고도비만 환자의 경우 비만대사수술을 보다 적극적으로 고려할 수 있다. 현재 비만대사수술은 체질량지수가 35kg/㎡ 이상이거나, 30kg/㎡ 이상이면서 비만 관련 합병증이 있는 경우 건강보험이 적용되어 치료가 반드시 필요한 환자들의 경제적 부담을 덜어주고 있다.

한편, 대사기능 뿐만 아니라 정신건강과 관절, 심뇌혈관 등 여러 방면에 영향을 미치는 비만 치료를 위해서는 여러 진료과의 협진을 통한 진단 및 치료 전략에 대한 논의가 선제되어야 한다. 최근 개소한 충북대병원의 비만대사센터를 비롯해 각 지역 거점 병원의 비만대사센터나 비만클리닉을 활용한다면 각 분야의 전문 의료진으로부터 맞춤형 진료를 받을 수 있다. 체질량지수 30kg/㎡ 이상의 고도비만이면서 동반질환을 앓고 있거나 그 위험에 놓인 환자라면  전문 의료진과의 상담을 통해 하루 빨리 본인에게 맞는 의학적 치료책을 모색하고 치료를 시작하는 것이 건강한 일상을 되찾는 첫 걸음임을  명심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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