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동준 영동경찰서 양강파출소장

 

 

필자의 근무지는 인근에서 가장 큰 과수단지가 있는 지역으로 주민 대부분이 과수를 재배하고 있다. 말 그대로 과수천국이라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다. 복숭아·사과·포도·자두 등 품목별로 결성된 작목반이 활발하게 운영되고 있고, 모두가 각 분야의 전문가들이다.

그런데 요즘 그분들이 잔뜩 긴장하고 있다. 그 이유는 수확을 앞둔 시점에 과수의 도난이 우려되기 때문이다.

과일 한 개가 소비자에게 전달되기까지의 과정은 한마디로 눈물겹다. 새벽 순찰을 돌다보면 어둠이 걷히기 전부터 새벽잠을 포기하고 일하는 사람들을 종종 보는데 안타깝기 그지없다.

또 점심식사도 잊은 채 30도를 넘나드는 땡볕에 맞서 일하거나, 심지어는 저녁식사 후 다음날 새벽까지 아예 과수밭에서 잠을 자는 사람도 목격하곤 하는데 그 노고는 말할 수 없이 힘겹다. 자식같이 키운 과수를 지켜내기 위해 일반 사람에겐 형벌과도 같은 고행을 마다하지 않는 것이다.

이럴 때는 우리 파출소 경찰관들도 덩달아 긴장한다. 그것은 농민들이 피땀으로 키워 낸 과일을 지켜내려는 어떤 의무감에서 비롯된다. 우선 현수막을 제작해 도난이 우려되는 길목에 설치하고, 이동식 CCTV를 도입 운영하고 있다. 또 농가별로 CCTV 설치를 권장하고, 경찰의 탄력순찰선을 수시로 변경해 가며 세심한 경찰활동을 펼치고 있다.

지난해 10월부터 전국적으로 시행된 자치경찰제 일환으로 우리 파출소에서도 주민들의 여론을 경청하고 의견을 적극 수렴하는 등 지역 실정에 맞는 치안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그 때문인지 아직까지는 우리 관내에서 농산물 절도 범죄가 발생치 않고 있어 큰 다행이다.

瓜田不納履 李下不整冠(과전불납리 이하부정관)이란 말이 있다. 오이밭에서는 신발을 고쳐서 신지 말며, 오얏나무 아래에서는 갓을 고쳐 쓰지 말라는 뜻이다. 남의 것을 탐내지 말며 의심받을 행동을 하지 말라는 선조들의 가르침이 담겼다.

농산물 절도행위는 그렇지 않아도 힘겨운 환경에서 악전고투하는 농민들에게 경제적으로는 물론이고, 심리적으로도 크나 큰 상실감을 안겨주는 서민침해 행위로 중벌대상이다.

모쪼록 올해는 단 한 건의 농산물 도난사건 없이 모든 농가에서 대풍의 기쁨을 만끽하기를 고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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