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악의 경제위기로 국민 고통이 가중되고 있는 가운데 민생을 챙겨야 할 국회가 장기간 일을 하지 않고 있다. 지난달 29일 전반기 회기가 끝난 뒤 후반기 원 구성에 합의하지 못하면서 한달 가까이 국회 공백이 이어지고 있는 탓이다. 의장단을 선출하지 못하고 ‘식물국회’로 방치하고 있는 여야에 비판이 쏟아지고 있지만 소귀에 경 읽기다.

여야는 22일에도 원 구성 협상 과정을 공개하며 네 탓 공방만 벌였다. 특히 협상 돌파구를 찾아야 할 원내대표들이 고소·고발 취하 발언을 놓고 말싸움만 주고받으면서 회동이 불발됐다.

애초 박홍근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는 이날 오전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에게 대화할 것을 제안했다. 전날까지 5차례에 걸친 수석부대표 간 만남에서 협상이 지지부진하자 아예 원내대표끼리 담판을 지으려는 의도로 보였다.

그러나 제안 직후 권 원내대표가 ‘민주당이 이재명 의원에 대한 고소·고발을 취하해 줄 것을 원 구성 협상 조건으로 내밀었다’고 말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원내대표 회동은 없던 일이 돼 버렸다. 박 원내대표는 “협상 과정에서 이재명의 ‘이’자도 나오지 않았다는 데 사실을 왜곡하고 있다”며 “사과하지 않으면 만남을 갖지 않겠다”고 말했다. 여야 갈등이 오히려 커지는 모양새다.

후반기 원 구성 협상의 최대 난제는 법사위원장 다툼이다. 국민의힘은 전반기 여야 원내대표가 후반기 법사위원장은 국민의힘이 맡기로 한 약속을 지키라는 입장인 반면, 민주당은 후반기 원구성은 원점에서 재논의해야 한다며 맞서고 있다.

다만 민주당에선 법사위원장을 넘겨주는 조건으로 법사위 체계·자구 심사 권한 축소 등 기능 제한, 국민의힘의 사법개혁특별위원회 참여, 검수완박 법안에 대한 헌법재판소 권한쟁의심판 청구 취하 등을 제시하고 있다.

법사위는 국회 상임위원회 중 막강한 권한을 자랑한다. 각종 법률안과 국회 규칙안의 체계·형식과 자구의 심사를 담당하고 있다. 상임위에서 올라온 법안을 최종 본회의로 넘기는 역할을 하다보니 쟁점법안을 두고 버티기 전략을 구사하는 곳도 법사위다. 이러니 국회에서는 법사위가 사실상 상원이라는 볼멘소리도 있다. 법사위원장 자리를 두고 여야가 늘 경쟁하는 이유다.

우크라이나 전쟁과 코로나19 여파 등으로 인한 글로벌 경기침체와 고물가·고금리·고환 등 3고 시대를 맞아 민생경제가 악화일로다. 곳곳에서 심각한 경고음이 켜져 국민은 불안하기만 하다. 서둘러 대책을 강구하지 않으면 언제라도 나락에 떨어질 판이다.

그럼에도 여야는 위기의식은커녕 정국 주도권 쟁탈에만 여념이 없다. 한술 더 떠 이런 시국에 한가하게 외국 나들이나 가겠다고 나서는 의원도 많다고 한다. 국민 대의기관이 맞는지 한숨만 나온다.

여론 악화에 일각에서는 국회의원들의 세비를 반납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당연한 목소리다. 산적한 현안을 젖혀두고 국회 공백에 아무런 책임의식이 없는 의원들에게 혈세 지급은 낭비다. 정부와 여야가 머리를 맞대도 해법 찾기가 쉽지 않은 난국이다. 여야는 국가 위기에 책임을 갖고 서로 한발씩 물러서 대화와 타협 협치를 통한 국회 정상화를 이뤄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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