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청매일] 전·현직 대통령 사저 앞 시위로 집시법 개정이 추진되는 등 정치권이 시끄럽다. 인터넷 언론사 ‘서울의소리’는 15일 윤석열 대통령의 서초동 자택 앞에서 집회를 열었다. 전날에 이어 두 번째로 문재인 전 대통령 양산 사저 앞 시위 중단을 요구하는 일종의 ‘맞불 집회’다.

이들은 윤 대통령의 양산 시위 비호도 규탄했다. 윤 대통령이 문 전 대통령 사저 앞 시위와 관련해 ‘대통령 집무실(주변)도 시위가 허가되는 판이니 다 법에 따라 되지 않겠느냐’고 언급한 데 따른 것이다.

‘집회’는 다수의 사람들이 일정한 공동의 목적을 가지고 일정한 장소에 일시적으로 모이는 행위다. 우리나라는 집회·결사의 자유를 헌법으로 명시하고 있다.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 제1조는 ‘적법한 집회 및 시위를 최대한 보장하고, 위법한 시위로부터 국민을 보호함으로써 집회 및 시위의 권리 보장과 공공의 안녕질서가 적절히 조화를 이루도록 하는 것’이 목적이라고 했다.

법이 집회·결사의 자유를 허용하고 있으니 전·현직 대통령 사저 앞에서 벌어지고 있는 일들에 대해서도 무조건 잘못됐다고 비판할 일은 아니다. 다만 염려스러운 것은 진보-보수 진영논리에 따라 맞불 집회가 만들어 내는 형국을 마냥 묵과하기엔 사회적 갈등이 너무 크다는 점이다.

양산 시위는 문 전 대통령이 퇴임한 이후 한달 이상 계속되고 있다. 보수단체들은 사저 맞은 편에 차량을 갖다 놓고 확성기를 통해 차마 입에 담기 민망한 욕설은 여사고 장송곡 등을 크게 틀어놓는다고 한다. 정상적인 집회라기보다는 괴롭히기 위한 폭력성 집회에 가깝다.

급기야 소음 고통을 견디지 못한 사저 주변 마을주민들의 민원이 잇따르고 있다. 문 전 대통령 측도 시위대에 대해 모욕 및 명예훼손, 협박 등의 혐의로 경찰에 고소장을 제출한 상태다.

윤 대통령 사저 앞 확성기 시위도 주민 피해가 뻔하다. 양산 시위가 중단될 때까지 무기한 집회를 연다고 하니 과연 두 곳 모두 누구를 위한 행동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

대통령 사저 앞 시위가 격화되자 여야가 집시법 개정을 추진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에서는 명예훼손이나 모욕을 주는 행위 금지, 전직 대통령 사저 앞 시위 금지, 헤이트 스피치(인종과 성·종교·정치적 입장 등에 대한 증오·혐오 발언) 규제 등을 포함하는 내용이다. 국민의힘에서는 집회와 시위 금지 장소에 대통령 집무실을 추가하는 개정안을 발의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이들 개정안이 자칫 국민의 집회 자유를 제한할 가능성이 있다며 신중한 접근을 요구하고 있다. 타인에게 막대한 피해를 유발하는 악성 집회는 막아야 하지만 주민 불편을 이유로 추상적인 요건으로 집회를 막기 시작하면 국민 권리가 축소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집회·시위는 우리 사회의 약자들이 ‘갑’에게 최후에 동원하는 의견 분출 수단이다. 하나둘씩 금지하다 보면 결국 피해를 보게 되는 것은 또 약자들일 수밖에 없다. 시위 문화를 선진국 수준으로 끌어올리기 위한 법규 손질이 필요하지만 ‘과잉 입법’은 경계해야 함을 명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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