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치영의 고전 산책]언무이가(言無二價), 약속을 지킨 왕
[김치영의 고전 산책]언무이가(言無二價), 약속을 지킨 왕
  • 충청매일
  • 승인 2022.05.30 17: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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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전 번역가

[충청매일] 진(晉)나라는 기원전 376년까지 지금의 낙양 북쪽 분수강 유역을 중심으로 번성한 춘추전국시대 대표적인 제후국이다. 나라의 시조는 주(周)나라 무왕의 둘째 아들이자 성왕(成王)의 동생인 숙우(叔虞)이다. 우(虞)라는 이름은 옛날 오제 시대의 제왕 순임금을 뜻한다. 순임금은 평화로운 시대의 상징이니 그 정기를 받아 태어났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주나라 무왕이 세상을 떠나고 그 아들 성왕이 즉위하였다. 하지만 성왕은 나이가 너무 어려서 무왕의 동생인 주공단이 섭정을 하였다. 이때 권력의 변화를 틈타 당(唐) 지역에서 옛 상나라의 추종세력들과 주나라 왕실에서 소외된 이들이 연합하여 난을 일으켰다. 3년에 걸친 치열한 접전 끝에 주공단이 난을 진압하였다. 이후 반란의 중심지 당(唐)은 특별 관리대상이 되어 주나라 직할이 되었다.

어느 날 어린 성왕이 동생 숙우와 함께 궁궐 오동나무 근처에서 놀고 있었다. 이리저리 뛰어놀다가 성왕이 바닥에 떨어진 오동 나뭇잎을 하나 주웠다. 그리고 그것을 숙우에게 주면서 말했다.

“이것을 증표로 너를 당(唐) 지역의 제후로 삼겠다. 이 오동잎이 그를 증명하노라!”

그때 옆에서 지켜보던 사관 사일(史佚)이 성왕에게 아뢰었다.

“왕의 말이란 한 번 약속하면 반드시 지켜야 합니다. 그러니 언제 날을 잡아 숙우를 당(唐) 지역 제후에 봉하도록 하십시오.”

그러자 어린 성왕이 말했다.

“나는 그저 동생과 장난으로 한 말입니다.”

사관 사일이 다시 아뢰었다.

“천자는 누구에게도 장난으로 약속하지 않습니다. 천자의 말이 떨어지면 이는 사관이 기록하고, 정해진 일은 조정에서 실행하는 것입니다.”

이어 옆에 있던 주공단이 아뢰었다.

“시장의 상인들은 한번 가격을 정하면 입으로 두말을 하지 않습니다. 전장에 나선 장수는 진중에서 결코 거짓말을 하지 않습니다. 하물며 천자께서 장난으로 말씀하신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입니다. 천자의 한 마디는 역사에 기록되는 것이니 말씀하신 것을 꼭 지키셔야 합니다.”

이에 성왕이 며칠 후 궁궐에서 동생 숙우를 정식으로 당(唐) 지역 제후로 봉했다. 당 지역은 분하(汾河) 동쪽에서 황하에 이르는 사방 100리의 땅이다. 약속을 지킨 성왕은 이후 집권을 하자 가장 평화롭고 번성한 시대를 이루었다.

언무이가(言無二價)란 한번 가격을 정했으면 바꾸지 않고 반드시 지킨다는 뜻이다. 높은 자리에 있는 사람은 입으로 한 약속은 반드시 지킨다는 의미로 쓰인다. 요즘 술자리에서는 병사 월급 200만 원이 주요 화두이다. 젊은 세대는 곧 이것이 실현될 것이라고 악착같이 믿는 편이다. 반면에 중년 세대는 한 번 속았으면 됐지 두 번은 안 속는다는 추이다. 말이 신뢰를 얻으면 사람과 사람 사이가 이어진다. 하지만 말이 신뢰를 잃으면 단절과 추락은 한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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