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청주우편집중국장/ 수필가

몇 달 전 농협에 용무가 있어 일반 관공서 근무시간만 생각하고 아침 일찍 갔다 한참을 기다려야 했다.

아내 출근시간에 맞춰 행정복지센터 일을 보고 서둘러 갔는데 셔터 문이 닫혀 있어 업무개시 시간이 오전 9시30분이란 걸 알고 낙담했다.

문 열 때를 줄서 기다리며 세월이 몇 십 년 흐르고 글로벌 경쟁시대에 아직도 50년 전 근무방식을 고수하고 있다는 판단에 새롭게 변화하는 시대의 뒤쳐짐 현상이 아닌가 생각되었다.

오전 9시30분 정각에 문이 열려 들어가니 직원들은 손님맞이 자세로 각자 자리를 지키며 인사를 하고 있었지만 그다지 기쁘지 않았다.

사회 초년시절인 1970년대에 은행을 비롯한 금융기관은 오전 9시30분에 업무를 개시하여 오후 4시30분에 마감을 하곤 했다.

그 당시는 금융기관은 업무개시 준비와 마감이라는 내부 일이 많아 그런가 보다 인식을 하고 의아해 하지 않았다. 그렇지만 금융 업무를 담당하고 있는 우체국에서 오랜 기간 생활한 필자의 경험으로 볼 때 지금은 상황이 다르다고 판단하고 있다.

자체 내부사정도 있을 것으로 판단되지만 대부분의 관공서와 공공기관이 오전 9시에 업무를 시작하기 때문에 여기에 맞추어 바쁜 현대인들의 편의를 도모해주어야 시간을 절약하여 글로벌시대 경쟁에서 성공할 수 있다.

농촌지역에 농민들은 농번기에는 시간이 황금과 같이 중요하기 때문에 문을 일찍 열어주는 것이 곧 그들의 일손을 도와주는 일이다.

필자가 평생 봉직한 우체국은 오전 9시에 업무를 시작하지만 이보다 10여분 일찍 열어 주민들 편의를 도모하고 있다.

재직 시 모든 업무를 고객의 입장에서 고객편의 위주로 업무를 하라고 이야기 했는데 때에 따라 힘들어 하는 직원들도 있었지만 정년퇴직 후 지금 생각해 봐도 옳은 일이라고 믿고 있다.

당시 느낀 것이 일선 창구직원 한명이 주민들을 편의 봐가며 즐겁게 할 수도 있고 아주 어렵고 힘들게 할 수 있다는 걸 알았다.

흔히 공직자를 공복이라고 하는데 한마디로 국민 심부름꾼이다.

어느 조직이던 직원 몇 명이 조금만 수고해주면 많은 사람이 시간절약과 경제적 혜택을 볼 수가 있기 때문에 재직 시 복무방침을 ‘다수의 국민 편익방향으로 일을 해야 한다’고 늘 강조했었다.

경쟁사회가 되다보니까 갈수록 서비스가 좋아지고 생활이 편리해져 재직 시 터득한 진리가 한 가지 있다.

국가 사회가 발전하여 선진국으로 갈수록 ‘수요자 입장에서는 나날이 편해지고 대접받는 사회가 되지만 공급자 입장에서는 높아진 고객의 눈높이에 맞추려면 점점 더 힘들어 진다’는 사실이다.

얼마 전 20대 대통령도 새로이 당선되고 곧 지방선거가 있다. 나름대로 많은 공약들을 발표하고 선택해 달라고 구호를 외치지만 무엇보다 생활주변 사소한 부분부터 개선하는 게 중요하다고 본다.

금융기관 영업 개시시간을 일반 관공서 근무시간과 같이 9시로 맞추어야 국가발전과 국민편익에 기여할 것으로 믿고 제안해 본다.

SNS 기사보내기
기사제보
저작권자 © 충청매일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