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범의 시시콜콜한 이야기] 나의 창을 열고 손을 흔들자
[김영범의 시시콜콜한 이야기] 나의 창을 열고 손을 흔들자
  • 충청매일
  • 승인 2022.05.25 1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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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청주민예총 사무국장

아침 산책길에 앞선 여자가 뒤따라오는 나를 의식한 듯 걸음이 빨라졌다. 산길에서 낯선 사내의 인기척이 몹시 두려웠나 보다. 걸음을 멈추고 그녀가 멀리 가도록 두었다. 나의 의도와 상관없이 그녀에게 두려움을 주었다는 생각에 나의 기분도 좋지 않았다.

낯선 거리에서 타인과 마주친 경우가 있을 것이다. 누구의 의도와 상관없이 서로는 영향을 주고받는다. 타인을 의식하는 순간 타인은 나의 내면에 침범하기 시작하며 두려움을 느끼는 순간 타인은 두려운 존재가 된다. 반면, 예쁜 꽃을 보고 아름답다고 느끼면 꽃은 나에게 기쁨의 존재로 다가온다. 타인을 두려운 존재가 아닌 아름다운 존재로 느낀다면 어떨까? 그러나, 모르는 사람과 친해지기란 어려운 일이다.

매일 오르내리는 아파트 엘리베이터에서 주민을 마주치는 경우는 드물다. 혹여, 누구와 마주치더라도 모르는 이처럼 어떠한 인사도 없다. 1층에 도착할 때까지 어색한 침묵이 흐를 뿐이다. 주민인지 아니면 손님인지, 판매원인지 알 수 없으니 실수라도 하는 거 아닌가 싶기도 하고 낯선 사람의 인사를 어떻게 받아들일까 걱정이 앞서기도 한다.

낯선 사람에 대한 경계, 타인에 대한 두려움이 나의 의식을 지배하고 있다. 남이 나를 어떻게 생각할까 하는 생각은 타인에 대한 배려가 아닌 나에 대한 위안과 위선의 태도다.

데이비드 호킨스의 말에 따르면 두려움은 의식 수준 100에 해당하며 불안과 겁, 위축을 동반한다. 타인에게 스스럼없이 인사를 못 하는 경우는 대부분 두려움과 불안 때문이다

어떻게 하면 나는 두렵지 않은 존재라고 전달할 수 있을까. 나 스스로 두려움에서 벗어나야 한다. 나는 두렵지 않은 존재이며, 만인을 사랑하는 존재로 성장해야 한다. 나의 사랑의 상승에너지는 무의식을 통해 타인에게 전달될 것이고 누구도 나를 경계하거나 두려워하지 않을 것이다. 그러면 누구와도 자연스럽게 웃으며 인사하고 안부를 물을 것이다.

아파트 관리소 아저씨들과 인사를 시작했다. ‘안녕하세요’ 처음에는 당황하는 기색도 보이고 의례적인 인사로 생각하는 듯했다. 한번은 인사를 건넸더니, 쓰레기 분리수거에 주민 협조가 부족하다는 이야기를 내게 전했다. 내가 아파트 주민 대표도 아닌데 말이다. 분리수거에 최선을 다하는 편이 아니라 죄송한 마음이 들어 맞장구를 쳐주었다.

그래도 엘리베이터에서 마주하는 주민과의 인사는 좀처럼 쉽지 않다. 문이 열리고 안에 다른 이가 타고 있으면 좀 전까지 웃으며 이야기하던 표정이 굳어진다. 가족끼리도 말을 삼가고 일 층에 빨리 도착하길 바라는 마음뿐이다. 그렇다고 수다스럽게 말을 이어가기도 겸연쩍은 일이다.

나의 의식을 성장하는 것이 우선이다. 먼저 인사하고 웃고 긍정의 에너지를 주려고 노력하는 마음을 갖는 것이 필요하다. 그러면 ‘창문을 열고 나를 향해 손을 흔드는 당신의 모습’이 보일 것이다.

 

창문을 꼭 닫아야만 밤이 오는 줄 알았다 / 많은 사람들이 창문을 열었기 때문에 / 밤하늘에 별이 빛난다는 사실을 알지 못했다 // 이제 창문을 연다 / 당신을 향해 창문을 열고 별을 바라본다 / 창문을 열고 나를 향해 손을 흔드는 / 당신의 모습이 보인다 _정호승 시 <창문>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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