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강석의 흔들의자] 헬멧을 쓴 소년
[서강석의 흔들의자] 헬멧을 쓴 소년
  • 충청매일
  • 승인 2022.05.23 17: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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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꿈세상 정철어학원 대표

‘원더’는 2017년에 개봉된 가족 영화로 선천적 안면기형을 지닌 채 태어난 주인공 소년 어기가 세상에 발을 내딛고 적응해 가는 과정을 그린 영화이다.

영화는 27번의 얼굴 수술을 받은 10살 꼬마 아이 어기가 처음으로 학교에 가게 되면서 시작된다. 홈스쿨링을 하며 가족 외의 다른 사람들과 거의 관계를 맺지 않고 살았던 어기는 5학년을 맞아 초등학교에 진학한다. “이건 양을 도살장으로 보내는 짓이야.”라는 아빠의 말처럼 어기의 학교생활은 순탄치가 않다. 어기가 지나갈 때마다 친구들의 시선이 쏠리고, 더러운 병균이 옮는다며 피해 다니고, 피구를 하면 어기만 맞춘다. 고약한 아이 한 명은 스타워즈를 좋아한다는 어기에게 다시 시디어스(악마)를 좋아하지 않느냐고 묻는다. 그 아이를 필두로 한 남자아이들 무리가 어기를 괴롭힌다.

영화에서 어기는 헬멧에 많이 집착한다. 어기에게 헬멧은 보호 장비라 볼 수 있다. 어기는 헬멧을 써서 자신이 안전하다는 느낌을 받는다. 하지만 다른 시각으로 본다면 어기의 헬멧은 그와 세상을 가로막는 장벽으로 작용하기도 한다. 어기의 입장에서는 헬멧이 보호 장비였겠지만 사실은 알고 보면 세상을 가로막는 장벽이었다.

우리도 우리의 약점을 가리기 위해 보이지 않는 헬멧을 쓰고 있는지 모른다. 헬멧을 쓰지 않아도 되는 때에도 헬멧을 써야만 한다면 헬멧을 벗는 연습을 조금씩 해야 하지 않을까? 나의 약점이 드러나도 비난하지 않는 안전한 곳에서…. 이 헬멧을 벗어 던지는 것이 이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주어지는 과제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도살장 같은 학교에 갔다 온 어기는 울면서 ‘왜 자신은 이렇게 못생겼냐?’고 묻는다. 이런 어기에게 어떤 도움을 줄 수 있을까?

어기의 특성과 정서를 보면, 어기는 어리지만 나약하지 않다. 여려 보이고 아파하지만, 매일 아픔의 중심인 학교생활을 버티고 나아갈 수 있을 만큼 강하다. 어기는 밝고 긍정적이며 내적 잠재 역량과 재능이 풍부하다. 단 처한 현실이 너무 슬프고 아프다. 극복할 수 없는 외모와 학교 친구들의 괴롭힘 때문이다.

어기는 따듯한 사랑이 필요하다. 다행히 어기에게는 좋은 가족이 있어 많은 사랑을 받았다. 그 사랑은 슬픔과 아픔을 극복하는 데 큰 도움이 되었다.

어기가 ‘어기의 얼굴이 흉한 것도 아니고 창피해야 할 것도 아님’을 깨달을 수 있도록 도와야 한다. ‘얼굴은 그 사람이 살아온 과정이 담겨있는 역사이고 그 존재의 표현’임을 ‘살다 보니 생긴 주름이, 다쳐서 생긴 흉터가 창피한 것이 아니고 나의 당당한 삶’임을 어기가 확신할 수 있도록 도와야 한다.

그러나 진정한 성장, 자기 내면의 진정한 성장을 이루기 위해 정말 필요한 것은 다른 사람의 따듯한 사랑과 보살핌, 스승이나 멘토의 가르침일 수 있지만 어쩌면 우리에게 보이지 않지만 각자 쓰고 있는 자신만의 헬멧을 벗어 던질 수 있는 그런 용기가 가장 필요할 것이다. 어기도 스스로 그 길을 찾아 한발 한발 나아갈 것이고 그 곁을 멀리서 또는 가까이서 함께 해 주어야 할 듯싶다. 영화 속 어기는 점차 자신의 헬멧을 벗어 던지는 용기를 발휘해 이전보다 더욱 성장해 나간다.

모든 사람은 각자의 다른 모습을 하고 있고 그 모습의 아름다움은 내재적 가치와 그 과정에 의한다. 또 모든 사람은 보이든 보이지 않든 아픈 모습을 갖고 있고 그의 극복을 위해 애쓴다. 그리고 그 극복을 위한 노력과 그 과정 자체가 의미와 가치가 있다. 우리들의 사는 모습은 그래서 모두 아름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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