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종대 칼럼]장모님, 우리 장모님
[이종대 칼럼]장모님, 우리 장모님
  • 충청매일
  • 승인 2022.05.19 17: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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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

5월이다. 해마다 이맘때가 되면 짙어가는 녹음의 싱그러움에 취하다가도, 문득 달력에 눈길이 가곤 한다. 5월은 유난히 기념해야할 날이 많다. 어린이날과 어버이날, 스승의 날이 있다.

하나같이 소중하고 그냥 넘어가서는 안될 중요한 날이다. 특히 어버이날이 그렇다. 이 날만은 부모님의 고마움에 감사할 줄 아는 마음을 갖는 것이 인지상정이다. 나 역시 부모님께 용돈도 드리고 그 품안에 안겨 어리광도 부리고 싶다. 그러나 이제 부모님은 곁에 계시지 않는다.

다행이도 나에겐 장모님이 계시다. 장모님은 사위인 나를 위해 음식 만드시길 좋아하신다. 종종 새로운 음식을 만드신 날에는 어김없이 보내오신다. 나는 장모님이 만드신 음식을 먹을 때면 입가에 웃음기가 감돈다. 맛있다. 물론 아내가 만든 음식에도 불만은 없다.

그런데도 김치를 비롯한 몇몇 반찬을 만드는 솜씨를 아내는 장모님을 따르지 못한다. 이는 아내 역시 인정하는 모양이다. 장모님은 5녀1남을 낳아 키우셨다. 그런데도 요즈음 장모님도 가끔씩은 외로우신가보다. 내가 사는 청주와는 떨어진 다른 도시에 사시는 장모님은 가끔 아내에게 전화를 걸어오신다.

그 전화 내용의 대부분은 함께 김치를 담그자는 내용이다. 배추 김치는 물론이고 파김치, 열무김치 등등. 장모님은 유난히 김치를 잘 담그시고 그럴 때면 어김없이 아내에게 전화를 걸어오신다. 장모님의 전화를 받으면 아내는 거의 그 지시에 즐겁게 따른다. 평소 남편인 내가 장모님의 반찬을 맛있게 먹는데다, 어머니를 만날 수 있는 기회를 당당하게 확보하는 기회이기도 해서일 게다.

 

여든이 내일 모레 / 맘만 젊은 우리 장모 / 대전역 중앙시장 / 허위허위 찾아가서 / 열무 단 고르  고 골라 / 바빠라 큰딸 찾네 // 맏사위 우리 기둥 / 웃는 얼굴 진짜라고 / 여름에 국수 말면 / 그야말로 최고라며 / 이거야 바로 이 맛 / 전화 거네 또 한번 // - 졸시 『열무김치』

 

장모님은 그렇게 자신의 사랑을 김치를 담가 주시는 것으로 대신하신다. 시장에 싱싱하고 좋은 식재료가 나오기만 하면 이내 사들이시고, 어김없이 아내에게 전화를 하신다. 덕분에 우리 집 냉장고엔 김치가 떨어질 날이 없다.

그런데 이번 어버이날에 좀 난처한 일이 생겼다. 어버이날 바로 며칠 전에 장모님에게서 전화가 왔다. 물론 아내와 함께 김치를 담그자는 내용이었고 아내도 선선히 그렇게 하마고 응했다.

마침내 약속한 휴일이 와서 나도 함께 승용차에 올랐다. 그런데 아뿔사. 그날이 바로 어버이날일 줄이야! 장모님에게서 얻어 먹을 줄만 알았던 무심한 나는 여간 허둥대지 않을 수 없었다. 처가에 도착해보니 이미 열무며 배추, 그리고 대파가 곱게 다듬어져 김치가 되길 기다리고 있었다.

나는 허둥지둥 장모님을 모시고 식당에 가서 식사를 대접하는 것으로 고마움을 전했다. 죄송하고 또 죄송했지만 우리집 냉장고에는 어버이날 장모님이 담가 주신 잘 익은 김치가 끼니 때를 기다리고 있다. 아내는 장모님이 담가주신 파김치에 또 입을 벌리며 식사 삼매경에 빠질 모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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