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청주우편집중국장/ 수필가

 

공직 초창기 교육원에서 어느 교수로부터 ‘공직자는 주인정신을 갖고 근무해야 본인은 물론 조직과 국가의 발전이 있다’고 배워 공직시절 언젠가부터 즐겨 사용했던 용어다.

실제 공직생활하며 주인으로 일하는가와 객처럼 일하는가의 차이는 엄청나고 주민에 대한 파급효과가 크기 때문에 공직자의 자세는 시공을 초월하여 중요시 되고 있다.

주인정신을 새삼 되새기게 된 배경은 얼마 전 거주지 주민센터를 방문하여 직원들의 복무자세를 보고 느낀 사연 때문이다.

미국에서 패션디자이너로 활동하고 있는 아들 녀석이 6년 만에 잠깐 다녀가려는데 코로나 상황이라 격리면제가 되려면 가족관계 증명서가 필요하다며 메일로 보내달라고 하여 주민센터에 갔다.

자초지종을 설명하며 내가 잘 모르니 도와달라고 하니까 담당직원과 바로 옆 직원은 주민센터에는 스캐너가 없어 해줄 수가 없으니 도서관 같은데 가서 해보라고 하여 몹시 당황됐다.

그들은 경력이 얼마 안 된 신입사원으로 보였고 나름대로 자신들이 알고 있는 최선의 방법을 안내해준 것이라 보고 그들을 탓하고자 하는 의도는 없다.

그렇지만 도서관까지는 거리도 멀고 그곳 역시 아는 사람이 없어 선뜻 도와주지 않을 거란 생각이 들었고 주민등록에 관한 문제를 주민센터가 아닌 다른 기관에서 해결한다는 게 사리에 맞지 않았다.

잠시 난감한 표정으로 대기하고 있는데 뒷좌석에 있던 직원이 밖으로 나오며 혼자 말처럼 ‘이렇게 하면 될지 모르겠다.’며 방법을 모색해 가며 처리해주는데 여간 감사한일이 아니었다.

공직 40년 생활하며 많은 사람들과 함께 근무했는데 어떤 직원하고 근무할 때는 주민들로부터 칭송을 받으며 즐겁게 근무한 직원이 있는가하면 개중에는 일처리도 미숙하고 주민들로부터 민원만 받는 직원도 간혹 있었다.

이때 느낀 것이 바로 주인정신을 갖고 근무하느냐 아니면 객처럼 하루하루 일처리를 대충 개념 없이 하느냐의 차이였다.

우체국 창구는 크게 우편과 금융으로 구분하는데 각기 정해진 규정과 절차가 있지만 세상사가 그러하듯 융통성이 필요할 때도 있다.

우편창구에서도 택배의 경우 포장이 부실하거나 중량이 초과되고 부피가 큰 물건을 발송하러 오는 고객들이 종종 있다.

이럴 경우 무조건 규정에 맞지 않는다고 되돌려 보내는 직원이 잘하는 건가 아니면 융통성을 발휘하여 해결해주는 직원이 잘하는 거냐의 문제는 서비스 수요자의 입장에서 보면 쉽게 판단할 수 있다.

규정만 대가며 안 된다고 거절하는 것은 객처럼 근무하는 것이고 융통성 있게 상대방의 입장에서 해결해주는 적극적 행정은 바로 주인정신으로 근무하는 공복의 자세다.

주인처럼 사느냐 객으로 사느냐는 인생도 마찬가지라고 본다.

모든 걸 주인처럼 생각하고 행동하면 본인의 발전은 물론 즐겁고 행복한 인생을 살지만 객처럼 살면 모든 일상이 피동적이게 되어 세상에 대한 불평불만만 쌓여 고단한 인생을 살게 됨은 자명한 진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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