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주 오송중학교 교감

요즘은 알아듣지 못하는 신조어들이 무척 많다. 얼마 전에 들은 ‘식집사’라는 단어가 그렇다. 반려동물처럼 일상생활 가까이에 두고 반려식물을 키우는 사람을 뜻한다. 그럼 나는 ‘식집사’이다. 식물은 공기 정화에 큰 도움이 되고 정서적인 안정감도 선사한다. 앙증맞은 화분 몇 개만으로도 분위기가 싱그럽게 변하는 마법이 일어난다.

주변의 카페나 식당에서 크고 아름다운 잎을 가진 관엽식물을 종종 만나게 된다. 꽤 매력적이다. 비교적 작은 식물을 선호하던 나에겐 매우 이국적인 느낌으로 다가온다. 우리 집에 놓아도 멋지게 어울릴까. 그러면서 관심을 가지게 된 것이 ‘몬스테라’이다. 아름다운 잎에 반해서 거실 한 켠을 내어 준다. 알고 보니 멋진 모습 하나만으로도 분위기를 상승시키는 능력자이다.

몬스테라는 쓰임새도 좋다. 활발한 발산작용으로 천연 가습기 역할을 톡톡히 한다. 유해 물질과 미세먼지 제거에도 아주 탁월하다. 더욱이 이름부터 심상치 않다. 라틴어 Monstrum(이상하다)에서 유래한 이름이다. 보통의 관상식물보다 크고 잎 모양이 괴물 같아서 붙여졌다고 한다. 하지만 옥수수 이삭 모양의 꽃이 뿜어내는 달콤한 향기는 거친 이름과 다소 거리가 멀어 보인다.

그런데 얼마나 괴물 같기에 ‘몬스테라’라는 이름을 가지게 된 것일까. 우선 쭉 뻗은 줄기가 거칠고 무성해 보인다. 몬스테라의 특징은 역시 독특한 잎 모양이라고 할 수 있다. 구멍이 뚫려 있기도 하고, 갈라져 있기도 하다. 이 때문에 구멍이 뚫린 것은 ‘스위스 치즈 식물’로, 찢어진 것은 ‘아담의 갈비뼈’라는 별명으로 불린다.

그럼 몬스테라의 매력 포인트인 구멍은 왜 생겼을까. 멕시코가 원산지인 몬스테라는 실내 식물로는 큰 편이지만, 열대우림의 나무들 사이에서는 살아남기 힘든 높이의 식물이다. 만약 넓고 큰 잎들이 모두 막혀 있다면 아랫잎은 햇빛을 받을 수 없다. 그런데 스스로 잎에 구멍을 내고 갈라지게 하여 아랫잎까지 골고루 햇빛을 나눈다. 위아래 모두가 행복한 광합성을 하도록 진화한 것이다.

이처럼 신비로운 몬스테라의 기적은 ‘아랫잎’에 대한 ‘윗잎’의 배려에서 나온 것은 아니었을까. 배려는 ‘나’라는 생각을 ‘우리’라고 발전시키는 사고의 전환이다. 자신의 손익 계산보다 먼저 마음을 써서 다른 사람을 보살피는 것이다. 하지만 우리는 배려하면 손해를 본다는 인식이 많다. 반면에 내가 편하고 잘되기 위한 타인의 불편함은 너무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이는 듯하다.

그런데 몬스테라의 윗잎이 ‘홀로살기’를 선택했다면 어떻게 되었을까. 구멍 나고 찢어지는 아픔을 겪지 않았다면 지금처럼 강인한 생명력은 가질 수 없었을 것이다. 세월이 지난 잎일수록 구멍도 많아지고 더 깊이 갈라진다. 꼭 사람의 인생 같다. 연륜에서 얻은 내면의 구멍과 갈라짐이 한 사람의 고유한 인생 무늬를 만드는 것처럼 말이다. 세월의 흔적만큼 배려도 깊어지는 것이 아니겠는가.

창가에 자리한 몬스테라의 구멍 잎이 간절히 기다려진다. 그러나 한참의 시간이 더 필요할 듯하다. 아마도 ‘식집사’의 정성이 부족한 탓이리라. 몬스테라는 꽃말도 특별하다. ‘기쁜 소식’이라는 의미를 지니는데, 축하할 일이 있을 때 선물해 보는 것은 어떨까. 기쁜 소식과 함께 따뜻한 배려의 마음도 전해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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