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전 번역가

기원전 670년, 노나라 장공은 나이 오십에 대부 당씨의 딸 맹녀를 첩으로 삼았다. 얼마 후 맹녀가 아들 반(斑)을 낳았다. 그 무렵 장공의 본부인은 아들을 낳지 못했고, 다른 첩이 아들 둘을 낳았다. 장공은 그중 맹녀를 총애하여 반에게 제후의 자리를 물려주고자 했다. 하지만 장공에게는 둘째 경보(慶父), 셋째 숙아(叔牙), 막내 계우(季友) 세 동생이 노나라의 실력자로 군림하고 있었다. 하루는 장공이 자신을 잘 따르는 셋째 숙아를 불러 물었다.

“내 뒤를 누가 이으면 좋겠는가?”

이에 숙아가 대답했다.

“둘째 형님 경보가 건재하신데 군주께서는 무엇을 걱정하십니까!”

장공은 숙아가 경보를 군주로 세우려는 것으로 알고 크게 걱정하였다. 다음날 장공은 막내 계우를 불러 물었다.

“내 뒤를 누가 이으면 좋겠는가?”

이에 계우가 대답했다.

“소신은 군주께서 명하시면 죽음을 각오하고 따르겠습니다.”

그러자 장공이 말했다.

“나는 반을 군주로 세우고자 한다. 네가 반을 위해 충성을 다하겠느냐?”

그러자 계우가 바짝 엎드려 아뢰었다.

“분부대로 제가 충성을 다하여 반드시 반을 노나라 군주로 세우겠습니다!”

이에 장공이 조심스럽게 숙아 이야기를 꺼냈다.

“숙아는 둘째 경보를 제후로 세우려 한다. 막을 방법이 있겠느냐?”

이에 계우가 대답했다.

“군주께서는 염려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소신이 일을 틀림없이 처리하겠습니다.”

하고는 자신의 계략을 말하고 자리에서 일어섰다. 계우는 다음날 형 숙아에게 사람을 보내 긴히 의논한 일이 있다고 했다. 그러자 저녁 무렵에 숙아가 찾아왔다.

계우는 우선 술자리를 열어 둘이 정겹게 술을 마셨다. 그리고 잠시 자리를 비웠다. 그 사이에 계우의 부하가 숙아에게 다가와 정중히 술잔을 바치며 말했다.

“숙아 공자님께 소인이 술을 한 잔 올리고자 합니다. 제 술잔을 받아 마신다면 공자님께서는 분명히 후손으로부터 제사를 받을 수 있을 것입니다. 하지만 거절하면 후손마저도 없게 될 것입니다.”

숙아가 그 말을 알아듣고는 몸을 벌벌 떨었다. 달아날 수도 없는 상황이라 어쩔 수 없이 권하는 술을 마셨다.

이는 독주였기에 숙아는 그 자리에서 피를 토하고 죽었다. 둘째 경보가 이 소식을 듣자 그날로 외부 출입을 일절 삼갔다. 그러나 계우는 경보의 집을 드나드는 사람은 누구를 막론하고 잡아 가두었다. 경보는 장공이 죽을 때까지 감히 집 밖을 한 발자국도 나오지 못했다.

형제혁장(兄弟鬩墻)이란 형제가 한 울타리 안에서 권력이나 재물을 차지하기 위해 대가리 박고 피 터지게 싸운다는 뜻이다. 의좋은 형제에게 재물은 다툼이 되고, 아무리 나라가 평안해도 권력 쟁탈에는 서로 죽고 죽이는 법이다.                                    

aionet@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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