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교통대학교 행정학부 명예교수

옛날 중국 기(杞)나라에 살던 한 사람이 ‘만일 하늘이 무너지면 어디로 피해야 좋을 것인가?’하고 침식을 잊고 걱정하였다고 하여 기우(杞憂)라는 말이 나왔다고 한다.

여름이 지나고 가을이 왔을 때 코로나 19가 다시 창궐하면,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전쟁이 지속하여 에너지와 식량 위기가 오면,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전쟁이 확대되어 핵전쟁이 되면, 전례 없는 인플레이션이 와서 몇 푼 안 되는 은행 예금이 휴짓조각이 되면, 남북관계가 악화하여 김정은이 핵무기를 사용한다면, 여야 싸움으로 국정이 혼란에 빠지면 어떻게 될까? 이 모두 걱정할 일이 아닌 기우인가?

안심되지 않아서 속을 태우는 것을 걱정이라고 한다. 걱정은 미래에 대한 불안에서 생긴다. 기우는 미래가 확실한 것에 대하여 걱정을 하는 것이다. 그러나 세상이 바뀌면서 과거에 기우이던 것이 걱정거리로 바뀌고 있다. 지구의 기상 이변은 오존층이 파괴되어 우리의 삶을 위협하고 있고, 일 년 동안 내릴 비가 하루 이틀에 내려 우리의 모든 것을 빼앗아 가고 있다. 하늘이 무너지고 있는데 기우라고 할 일은 아니다.

많은 사람이 걱정거리가 있는 부잣집보다 걱정거리가 없는 가난한 집이 낫다고 위안을 한다. 또한, 걱정은 톱밥에 톱질하듯이 무익하다고도 한다. 성경에서도 기우처럼 내일을 걱정하지 마라. 내일 걱정은 내일이 할 것이라고 한다.

그러나 걱정은 인간의 모든 기능 가운데 가장 자연스러운 것이다. 인간은 발가벗은 채 세상에 나와서 근심과 걱정 속에 걸어간다. 그래서 걱정이 태산이라고 한다.

그 걱정을 덜기 위해서 인간은 준비한다. 자동차 사고를 걱정하여 보험을 들고, 노후를 걱정하여 은행에 예금하고, 부동산을 산다. 건강을 걱정하여 매일 운동을 한다. 그리고 그 걱정을 덜고자 정권교체를 했다. 그 걱정으로부터 자유스러운 사람은 없다. 그러나 지금 정치권은 걱정이 없는 듯하다. 코로나 19가 어떻게 될지, 인플레이션이 어디까지 갈지, 남북관계가 악화되는 것은 아닌지 모두 기우라고 생각하여 걱정하지 않고, 걱정하지 않으니 준비하는 것 같지도 않다.

오롯이 여야 정치권이 서로 흠집 내고 너 죽고 나만 살자고 하니 국민들은 걱정할 수밖에 없다. 서양 속담에 왕궁에서 멀어질수록 근심은 줄어든다고 한다. 다른 말로 정치와 권력으로부터 멀어질수록 걱정은 줄어든다는 말이다. 그러나 뉴스에 반이 선거 이야기이고, 여야 싸우는 이야기뿐이니 정치인들이 생각하듯 모든 것을 기우라 생각하기에는 걱정이 앞선다.

세상 걱정이 앞서서 분리수거 열심히 하고, 원화를 달러로 바꾸어 놓고, 남북 관계가 불안하니 이민을 생각하고, 채솟값 오를 것 걱정하여 텃밭 달린 주말농장 준비한다고 걱정이 기우가 될 것 같지도 않다.

법구경(法句經)은 탐욕이 세상에 퍼지면 걱정거리는 밤낮으로 증가한다고 한다. 부처님 말씀을 따른다면 자신과 세상에 퍼져 있는 탐욕을 줄여야 우리의 걱정이 기우가 될 듯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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