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북연구원 연구위원

기독교에서의 부활절은 매년 춘분 후 첫 보름날 다음에 오는 주일이다. 로마 총독 빌라도에게 고난을 받아 십자가에 못 박혀 죽으시고, 장사된 지 사흘 만에 다시 살아나신 부활(復活)을 기리는 날이다. 부활이 중요한 이유는 예수님이 보여주신 많은 이적과 하나님의 아들임을 밝히셨음에도 진실로 믿지 못했던 제자들이 예수님의 부활사건 이후 목숨을 버리면서까지 믿게 되는 계기가 되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성탄절만큼 중요한 의미가 있다. 올해의 부활절은 4월 17일로 세월호 사건 8주기 다음 날이기도 하다.

예수님을 믿지 않는 사람들도 성탄절, 동방박사, 다윗과 골리앗, 삼손과 데릴라 등은 익히 들어서 알고 있을 것이다. 오늘날 서양의 역사가 기독교 문화를 바탕으로 발전해왔고, 그것이 우리에게도 전해졌기 때문이다. 기독교의 태생이 일상생활을 바탕으로 두기 때문이기도 하다. 그런데 일부 성직자들은 말씀(성경)에만 관심을 두고 정치나 세상사에는 너무 신경 쓰지 말라고 잘못 가르치기도 한다.

정말로 정치에 관심을 두지 않는 목사는 그나마 양반이다. 그런데 필자가 만난 대부분의 목사들은 겉으로는 관심을 두지 않는 척하면서 뒤로는 손익을 따지며 열심히 주판을 두들기고 있다. 대놓고 정치 선동하는 전광훈 목사보다 못한 위선자들이다. 그들이 위선자인 까닭은 예배당 안에서는 예수님의 가르침대로 살아야 한다고 주창하면서 실제 그들의 삶은 반대이기 때문이다.

많은 목사들이 약자의 편에 서기보다는 권력과 부자들의 편에 서 있다. 대학 입시에도 반영되지 않았던 표창장에는 득달같이 물어뜯더니, 주가조작, 학력위조, 기소권 남용과 사건무마에는 침묵한다. 사회적 약자를 보호하는 차별금지법에는 동성애를 옹호하고 조장한다는 거짓 주장으로 반대하고 있다. 다른 신과 우상을 섬기지 말라는 하나님의 말씀에도 불구하고, 신천지를 보호하고 산채로 소가죽을 벗기는 굿을 신봉하는 대선후보를 지지했다. 코로나19 방역지침에도 굳이 교회로 나와서 예배해야 한다고 열을 올렸다. 이런 위선자들이 드리는 예배를 예수님은 어떻게 생각하실까?

예수님은 하나님의 십계명을 두 가지 계명으로 새롭게 정리하셨다. 그것은 하나님 사랑과 이웃 사랑이다. 하나님을 사랑하지 않으면 이웃을 사랑할 수 없고, 이웃을 사랑하지 않으면 하나님을 사랑한다고 할 수 없다는 뜻이다. 다른 것 같으면서도 같고, 분리해서 실천할 수 없는, 어쩌면 하나의 계명이기도 하다. 예수님은 부자가 천국에 가는 것이 낙타가 바늘귀에 들어가는 것보다 어렵다고 말씀하셨다. 하나님을 예배하러 온 백성들에게서 돈을 착취하는 성직자들에게 ‘독사의 자식들’이라며 욕설을 퍼부었다. 하나님의 이웃 사랑 계명을 어겼기 때문이다. 사실 예수님을 못 박은 것도 하나님을 믿고 있던 당시의 유대인과 제사장들이었다. 그런데도 사도신경에 로마 총독 빌라도로 인해 십자가에서 죽으신 것처럼 쓴 까닭은 무엇일까? 믿는 자들의 크나큰 죄를 숨기고 책임을 전가하고 싶은 마음 때문은 아닐까?

올해의 부활절이 세월호 8주기 다음날인 것은 부활절을 행사로만 기리지 말고, 먼저 세상에서 사랑을 실천해 예수님의 계명을 제대로 지키라는 뜻은 아닐까? 예수님 부활은 아직도 진행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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