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준희의 오답노트]절제의 미학
[강준희의 오답노트]절제의 미학
  • 충청매일
  • 승인 2022.04.13 16: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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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주 중산고 교감

봄이다. 들녘이나 시골 장터나 밥상에 봄나물이 지천이다. 냉이, 쑥, 시금치, 원추리 등 이맘때의 봄나물들은 겨우내 눈보라와 찬바람을 이겨내 새싹을 틔워서인지 더 향긋하고 맛있다.

봄나물의 맛에 가장 큰 영향을 주는 것은 당연히 재료의 신선도이겠지만,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은 양념의 적절한 배합이다. 마늘, 간장, 소금, 참기름이 적당히 들어가야 맛이 있다. 그래서 요리의 핵심은 절제에 있다. 그 어떤 양념이나 재료라 하더라도, 더 넣고 싶은 마음을 절제할 수 있어야 최고로 맛이 있는 음식이 되는 것이다. 무엇이든 적당하게 필요한 만큼 들어가야 조화로운 맛이 탄생하는 것이다. 최고의 셰프는 절제의 미학을 터득한 자이다. 

비단 먹는 것뿐 아니라 사람들과 관계 맺는 것도 마찬가지다. 넘치지도 않고 인색하지 않게 정을 베풀고 과하지 않게 감정을 나눌 때 지속적으로 관계를 맺을 수 있다. 누가 어느 한 방향으로 일방적인 소통만 하려고 한다면 그 관계는 오래가지 못한다. 무엇이든 적당히 오고가고 주고받아야 지속적으로 소통할 수 있다. 사람 관계에서도 절제가 필요하다. 

사랑하는 이에게 마음을 주는 것도 마찬가지다. 무조건적인 사랑은 금방 파국이 온다. 그 대상이 부모자식간이라도 마찬가지다. 한없이 주기만 하면 사랑의 가치와 고마움을 모른다. 오죽하면 제대로 자식을 가르치려면 옆집 아이처럼 대하라고 하지 않는가.

사랑을 주는 사람은 그 만큼의 사랑을 받고 싶은 게 인지상정이고, 오가는 사랑 없이 오래 관계를 유지할 수는 없다. 넘치지 않게 한없는 사랑을 주되 겉으로는 지나치지 않도록 표현하고 속으로는 대가를 바라지 않는 마음의 치우침이 없도록 절제할 수 있어야 한다. 사랑도 욕심이다. 욕심을 지나치게 부리다 망하는 것은 당연지사다. 피를 나눈 가족도 이러한데 하물며 직장동료나 친지, 친구 관계는 말해 무엇 하랴. 

주변에 부자 부모에게 물질적인 사랑을 많이 받은 자식보다 가난하고 어려운 환경에서 자란 자식이 부모에게 더 효도하는 경우를 흔하게 본다. 늘 받기만 한 아이들은 부모가 더 줄 수 있는데 안주어 서운하고, 어려운 형편의 아이들은 부모가 얼마나 힘든 여건에서 사랑을 베풀고 있는지 알기에 사소한 것 하나도 절실하고 고마운 법이다. 삶 속에서 절제를 알고 배워 참사랑을 깨우친 것이다.

남녀 간의 사랑도 마찬가지다. 상대에게 가는 마음을 절제할 수 있을 때 오히려 서로의 마음을 더 이해하고 관계는 굳건해진다. 한없이 퍼주기만 하는 사랑은 상대의 마음에 온전히 다가가는데 오히려 방해가 된다. 내 마음에 공백이 있어야 다른 이가 내 마음으로 스며들어 머물 수 있다. 이 말에 동의하지 않는 사람이 있다면 지금 바로 실행해보아도 좋다. 상대가 나를 더 사랑하게 만들고 싶다면 조금 거리를 두어 보라. 가끔은 매몰차게 돌아설 수 있어야 사랑하는 이를 곁에 둘 수 있다. 진정한 사랑은 아끼고 절제하는 데에서 싹튼다. 소중한 것은 반드시 지키고 오래 간직해야하기 때문에 그만큼 아끼고 절제해야 한다. 절제의 미학은 내 욕심을 내려놓는 하심(下心)에 있고, 어느 한쪽에 치우치지 않는 중용(中庸)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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