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중관 충북농업기술원 원예기술팀장

 

식물은 태어난 곳에서 떠나지 못하기 때문에 인생 중 특별한 시기에 동물과 협력해야 한다. 씨앗을 분산시키기 위해, 정확하고 효율적인 짝짓기를 위해, 때론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 동물의 움직이는 능력을 활용한다. 무조건적인 협력은 없다.

식물은 동물이 제공한 서비스를 평가해 잘 도와준 동물에게는 맛있고 영양가가 뛰어난 꿀로 보상을 한다. 새의 경우 맛있는 열매를 얻는 대가로 씨앗을 퍼뜨려 준다. 가장 최고의 전략적 동반자관계인 인간은 음식이나 아름다움, 혹은 다른 이익을 얻는 대신 식물이 필요로 하는 곳이면 어디든 확산시켜 준다. 이렇게 식물과 인간이 밀당한 결과는 오늘날 재배면적 숫자로 남아있다.  

항상 협상이 원만하지는 않다. 사기 치며 무임승차하기를 좋아하는 일부 식물의 씨앗들은 동물의 털에 달라붙을 수 있도록 모양을 바꿔 아무 보상 없이 히치하이킹한다. 인간도 역시 이런 기만전술에 속고 만다.

몇 가지 아카시아는 개미에게 영양을 공급하기 위해 특별한 자실체를 생산하고 나무의 파인 공간까지 제공하여 유충을 기를 수 있게 한다. 대신에 개미는 자신을 살게 해준 식물을 위해 해를 입힐 수 있는 동·식물의 공격을 방어한다. 어떤 동물이든 덩치에 상관없이 멀리 몰아내고 아카시아에서 수 미터 반경 내의 땅에서는 감히 다른 식물이 싹을 틔울 수 없게 만든다. 열대지방에서 개미가 거대한 코끼리를 물어 도망치게 하는 일들이 그러한 예이다.

아카시아 나무가 생산하는 꽃꿀은 달콤한 분비물로 벌, 개미 등 곤충을 유혹한다. 분비물에는 당분뿐만 아니라 알칼로이드, GABA, 타우린, 알라닌 등이 포함되어 있다. 이 물질은 동물의 신경계에서 중요한 조절 기능을 하며 신경세포를 자극하여 곤충의 행동까지 통제한다. 특히 알칼로이드는 개미의 인지력에만 영향을 미치는 것이 아니라 중독성도 갖게 한다. 아카시아는 곤충을 중독시키기 위해 마치 은밀히 밀거래하는 마약상처럼 달콤한 분비물의 양과 농도를 조절해 은근히 흘린다. 일단 중독시키면 아카시아는 땅에 뿌리를 내리고 동물의 행동을 조절할 수 있게 되어 평생 안락한 안식처를 갖게 된다. 이것이 신비한 식물의 중독 기술이다.

우리가 지나가며 보는 한 송이 꽃들은 지난 세월의 빅데이터를 분석해 호시탐탐 밀거래를 통해 누군가를 중독시키고자 하는 마약상과 같다.

곰곰이 따져보면 중독성이 강한 식물이 인간과 동물에게 가장 많은 사랑을 받고 있다. 매운 고추처럼 말이다.

이달에 충북도 들꽃을 사랑하는 사람들은 화려한 중독 기술을 자랑하는 들꽃 백여송이를 여러분에게 선물하고자 합니다.

자연의 숨소리가 만들어낸 들꽃의 수줍은 자태를 보신 적 있으신지요?

기다림을 안고 인생의 절정을 마주한 그들의 속삭임을 들어보신 적 있으신지요?

부드러운 봄바람이 내 몸을 감쌀 때 그 고움이 보입니다.

바쁜 걸음을 뒤로하고 멈추어야만 비로소 그 목소리가 들립니다.

봄의 싱그러움과 함께 청남대 영춘제가 시작되는 4월 16일부터 22일까지, 야생화 봄나들이 향연이 대통령 기념관에서 열립니다. 많은 도시민들이 찾아주시어 몸과 마음이 아름다운 중독으로 치유될 수 있길 바랍니다. 이 계기로 다양한 기술들을 맘껏 뽐내고 싶어 하는 마약상 꽃들이 예전의 명성을 되찾을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벌들도 많이 찾아줬으면 좋으련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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