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북도 지방선거에서 이시종 충북지사가 3선 연임 제한으로 자연스럽게 전임 프리미엄이 없는 표밭이 됐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국민의 힘은 대선 승리에 힘입어 지방선거에 출마만 하면 거져 될 것으로 여기는 모양이다. 충북을, 충북도민을 제대로 알지도 못하는 사람들이 너도나도 충북도지사가 되겠다고 선언하고 나섰다.

현재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에서는 오래전부터 후보로 거론됐던 노영민 전 대통령 비서실장이 예비후보 등록을 마쳤다. 당내에서 아직까지는 뚜렷하게 드러나는 후보자는 없다. 단지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의 사위인 곽상언 변호사가 민주당 동남4군(보은·옥천·영동·괴산) 지역위원장직을 사퇴하고 출마를 저울질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대선 기간 중 이재명 지사를 응원했던 곽 변호사는 대선이 끝난 뒤 제기된 지방선거에서 ‘이재명 역할론’과 맞물려 충북지사 출마설이 나오고 있는 중이다.

문제는 국민의 힘 후보들의 난립이다. 국민의힘에서는 박경국 전 행정안전부 차관이 제일 먼저 예비후보 등록과 함께 공식 출마선언을 했다.

박 예비후보는 충북도에서 대부분 공직생활을 한 전문 행정가로 도정 경험이 있다는 장점이 있다. 하지만 이혜훈 전 국회의원은 서울 강남에서 3선을 지내고 물의를 빚어 20대 국회 공천에서 배제됐던 사람이 갑자기 충북도지사 출마를 선언했다.

경기도지사를 탐냈던 김영환 전 의원 역시 같은 처지다. 역시 20대 국회 민주당 공천에서 배제된 오제세 전 의원은 바로 당을 옮기더니 국민의 힘 도지사 출마를 선언했다. 누가 공천을 받을지 알수 없지만 현재까지 네 명이 예비후보 등록을 마치고 서로 적임자라고 내세우고 있다.

이들에 대해 같은 당에서 조차 충북도는 퇴출된 정치인들의 종착지가 아니다, 이름이 알려졌다고 출마하려는 사람, 터무니 없는 지역연고 운운하며 출마하는 자리가 돼서는 안된다고 주장한다.

김영환 전 의원은 친 수도권 행적을 유지하며 수도권 규제 반대를 주도한 반 충북적인 인물로 알려져 있다. 김 전 의원은 2020년 총선에서 수도권 발전을 가로막고 있는 과밀억제권역(수정법) 등의 규제 완화를 공약한바 있다. 이는 수도권 규제완화에 반대하는 충북도의 입장과 정면으로 배치되는 논리다.

서울과 경기도를 지역구로 둔 정치인들이 충북지역의 현실을 제대로 알고 비전을 제시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오제세 예비후보 역시 정치적으로 생명이 다했다고 본다. 도민이 4선 국회의원을 시켜 주었으면 지역발전을 위해 공적을 쌓았어야 했다. 이제와서 4선한 당을 탈당해 도지사 하겠다고 내놓는 공약을 도민은 믿을 수 없다.

정치는 무엇보다 책임이 중요하다. 책임정치를 구현해야 할 정치인이 앞뒤 가리지 않고 당선만을 목적으로 내세우는 것은 시작부터 잘못된 것이다. 비난 받아 마땅한 일이다.

특히 지방자치를 무시하고, 충북도민을 우롱하는 이들의 출사표는 지역 유권자의 분노를 유발하고 있다. 개인의 정치적 욕망만 내세우며 충북도민을 무시하는 구태정치는 사라져야 한다.

어쩌다 무주공산이 된 충북도지사 자리를 누가 차지 할지 귀추가 주목된다. 하지만 후보자들은 충북 표밭을 절대 만만하게 봐서는 안될 일이다. 충북을 우습게 보는 정치인을 가려내는 것은 너무나 쉬운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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