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세열 칼럼] 전자책과 필경사(筆耕士)
[이세열 칼럼] 전자책과 필경사(筆耕士)
  • 충청매일
  • 승인 2022.04.05 16: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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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지디제라티 연구소장

 

구텐베르크의 인쇄술이 출현하기 이전 15세기 중엽에는 책을 베껴 쓰는 직업을 가진 필경사들이 있었다. 이들은 성경 뿐만 아니라 각 관청의 문서를 비롯하여 문학 서적에 이르기까지 모두 손으로 베껴 일부는 상업적으로 판매를 하기도 하였다. 그러다가 금속활자가 발명되어 대량 생산이 가능해진 시기에도 필경사들은 거의 200년 가까이 존속하였다고 한다.

필경사(Scribe)들이 이처럼 계속 인기를 끌게 되자 금속활자로 책을 찍음에 있어서도 필경사의 필체와 유사한 서체를 만들거나 모방을 하는 과도기가 있었다. 그것은 아무래도 새로운 문명에 대한 접근이 그만큼 민감하지 못하였다는 것을 입증한다.

우리 나라도 일찍이 목판인쇄와 금속활자가 발명되어 많은 책을 찍었지만 서양처럼 직접 책을 베끼는 경향이 많았는데 이는 필사본들이 인쇄된 책보다 더 많이 전존(傳存)한다. 이러한 원인은 물론 당시에 오늘날과 같이 전문적으로 책을 파는 서점이 크게 활성화되지 못한 것도 하나의 원인일 수도 있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책이 일반인들을 독자로 대하기보다는 관서(官署) 주도나 특수 계층 내지 특정 종교에 국한되었기 때문이라고 본다.

근래에 들어서도 새로운 기술에 대한 거부 현상은 한 번 더 있었다. 1980년대 후반에서 1990년대 초기의 오프셋 인쇄와 밀레니엄(Millennium) 이후 전자책이 급속하게 인쇄업계에 보급될 때 독자들의 새로운 문명에 대한 거부감은 15세기 때와 비슷하였다고 보면 될 것이다.

그러나 이 때는 이미 첨단 정보시대의 시작이어서 그랬던지 그리 오래가지 못하고 오프셋 인쇄로 정착되기까지 불과 5년 정도 밖에 걸리지 않았다고 한다.

지금은 어떤가? 인터넷이 실용화 된지 불과 몇 년만에 원고지에 작품을 쓰던 방식에서 이제는 거의 컴퓨터로 원고 작성을 하고 전자 메일로 원고를 송부하며, 여기서 한 걸음 더 나아가 웹상에서 책을 편집하여 바로 독자들에게 전달하는 시공간을 초월한 책 판매 방식이 출현하여 출판계에서도 발빠르게 대처하고 있는 실정이다.

 왜 앞에서 이런 이야기를 하는지에 대하여 모두들 느끼고 있을 것이다. 지금이 또한 이와 유사한 시기이다. 인터넷의 급속한 보급으로 전자책(e-Book)이 등장하고 종이책이 사멸할 것이라는 우려가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지금 전자책은 한 때 금속활자를 능가하면서 문자 발명에 버금가는 고통으로 다가왔지만 종이책 발행과 공존을 이루고 있다.

구텐베르크 활자기술이 낳은 서적이라는 존재에 의해 성립된 이른바 문화나 학문, 교양이란 것들은 책이 사라짐과 같이 그 또한 생명이 없어질 것이라는 가능성을 배제할 수는 없다.  세계는 지금 실시간을 통하여 정보를 주고받는 시대가 되었다. 우리가 발명한 금속활자 또한 같은 맥락을 타고 있다. 앞으로 진짜 종이는 사라지고 말 것인가? 그러나 지금으로서는 단언할 수 없다. 그저 시대적 조류에 따르거나 새로운 대체 방식이 등장할 것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현재 핵심 산업으로 떠오른 메타버스의 발달은 매우 의미가 있다고 하겠다. 고대에서 최근 첨단 정보매체는 물론 미래의 정보전달 매체를 가상세계에서 실현하는 새로운 지식 전달 매체가 연구 개발되어야 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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