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도형 충북도 산림녹지과 주무관

 

그야말로 숲의 전성시대이다. 물론 과거부터 숲은 생활의 터전으로서 우리 내 삶과 함께 해 왔지만 기후변화의 시대, 숲은 삶의 터전을 넘어 미래 지구와 인류의 생존을 담보하는 유일 수단으로서 그 의미와 가치는 더욱 중요시되고 있다.

숲의 기능은 다양하다. 익히 잘 알고 있는 사실이지만 기후 완화, 소음 감소와 대기정화, 휴식과 정서함양, 아름다운 경관조성 등 다양한 기능을 발휘한다. 최근 전 지구적으로 기후변화에 대응하고 탄소중립 시대를 향하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으로서 숲의 역할과 가치를 주목하고 있다. 숲의 확장은 지금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들의 가장 중요한 당면과제이자 늦어선 안 될 발등의 불인 것이다.

하지만 현실은 어떠한가. 도시화, 산업화의 영향으로 생활권 녹지공간은 지속적으로 감소되는 추세다. 숲을 조성할 수 있는 공공용지는 부족하고 개발 논리에 밀려 언제나 숲은 뒷전이다. 그렇다고 손을 놓고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여기 좋은 대안이 있다. 도로와 철길이다. 새로운 길을 내면서 쓸모가 없어진 또는 활용도가 낮아진 폐도로와 폐철로가 그것이다.

포항시는 동해남부선 도심구간 이설에 따른 폐선으로 남아있던 철도유휴부지를 활용해 4.3㎞, 12㏊에 이르는 철길숲을 조성했다. 소나무, 단풍나무를 식재하고 불의 정원, 음악분수, 유아놀이숲, 산책로 등 주민 친화형 도시숲으로 꾸몄다. 철로변 불량주거지가 포항을 대표하는 녹색휴식공간이자 관광명소로 인정받고 있다. 인천시의 수인선 협궤열차 폐선을 활용한 수인선 바람길숲, 서울시 경의선 지하화로 지상구간에 경의선 숲길이 만들어졌다. 최근 인천시의 경인고속도로 인천구간이 일반국도화 되면서 숲을 조성하는 계획도 관심을 끌고 있다.

자동차와 기차의 길을 사람의 길로, 자연으로 환원하겠다는 발상과 실행이 신선하다. 이렇게 조성된 숲들은 대기오염 개선, 열섬 완화 등 환경문제 개선은 물론 지역의 휴게공간이자 소통의 장으로서 커뮤니티 형성과 참여문화의 확장 등 도시민 생활의 활력소가 되고 있다.

충북에도 훌륭한 자원이 있다. 충북의 대동맥인 충청대로(국도 36호선)이다. 지금 충청대로 옆으로는 충북의 새로운 대동맥으로 태어날 충청내륙고속화도로 건설이 한창이다. 2024년부터 년차별로 개통될 충청내륙화고속도로가 완공되면 충청대로는 국토부에서 충북도로 이관돼 관리될 가능성이 높다. 새로운 역할을 부여하고 최적의 활용방안을 찾아야 할 시점이다.

폭 15m, 길이 45㎞의 길, 충청대로를 숲으로 조성하자. 아스팔트를 걷어내고 100년의 대계(大計), 충북의 랜드마크가 될 ‘동맥숲’을 조성하자. 나무를 심고 꽃을 심어 마을 앞산과 뒷산을 연결하자. 자전거길과 숲정거장을 만들어 충북의 멋을 보여줄 수 있다. 동맥숲을 발판으로 충북 곳곳으로 숲과 정원의 네트워크를 촘촘히 구축해보자.

동맥숲은 나무를 심는 것에 그치는 것이 아니다. 미래를 지향하는 패러다임의 전환점이 될 것이다. 단절된 생태축을 복원하고 생명력이 넘치는 공간을 연결하게 될 것이다. ‘숲과 정원의 충북’이라는 새로운 지역 이미지 창출과 성장동력이 될 것이다. 충청대로가 녹색 네트워크, 동맥숲으로 다시 태어나길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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