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치영의 고전 산책] 견리망의(見利忘義), 이익을 탐해 의리를 버리다
[김치영의 고전 산책] 견리망의(見利忘義), 이익을 탐해 의리를 버리다
  • 충청매일
  • 승인 2022.04.04 17: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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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전 번역가

 

기원전 322년 전국시대, 천하는 갈수록 전쟁이 치열해졌다. 강한 나라는 더욱 강해졌고 약한 나라는 점차 사라졌다. 이 무렵 중원의 한(韓)나라는 겨우 명맥을 유지하고 있었다. 하지만 강한 진(秦)나라의 침략이 항상 두려웠다. 이에 선혜왕은 이웃 나라들과 연합하여 진나라에 대항하였다. 그러자 진나라는 도리어 선혜왕을 괘씸하게 여겨 가장 먼저 공격하였다. 진나라가 쳐들어오자 선혜왕은 전면 방어에 나섰다. 하지만 무자비한 대규모 공격을 막을 수 없었다. 대패하여 주요 장수들이 목숨을 잃거나 포로로 붙잡혔다. 상황이 위급해지자 신하 공중치가 선혜왕에게 계책을 아뢰었다.

“동맹을 맺어도 위급할 때 돕지 않으면 아무 소용없습니다. 그러니 나라 땅을 크게 떼어서 진나라에 주고 화친을 청하십시오. 진나라는 마침 초나라를 정벌하려고 벼르고 있으니 진나라의 목표를 한나라에서 초나라로 바꾸어야 합니다. 그것이 한나라가 살길입니다.”

선혜왕이 이에 따라 진나라에 화친을 청하였다. 한나라와 진나라가 동맹을 맺자 이번에는 초나라가 크게 술렁거렸다. 초나라 신하 진진이 대책을 아뢰었다.

“이는 진나라의 공격 목표가 한나라에서 초나라로 바뀐 것을 의미합니다. 하지만 진나라의 공격을 피할 방법이 있습니다. 한나라 선혜왕에게 많은 뇌물을 주어 그를 우리 편으로 만들면 됩니다. 또 그에게 한나라가 위급하면 언제라도 도울 것이라는 믿음을 심어주면 일은 끝납니다. 그러면 한나라는 우리 초나라를 믿고 진나라를 가벼이 여길 것입니다. 그러면 진나라는 다시 한나라를 공격할 것입니다.”

이에 초나라에서 수백 대의 수레에 많은 예물을 실어 선혜왕에게 보냈다. 초나라 사신이 선혜왕에게 아뢰었다.

“우리 초나라는 진나라보다 크지는 않지만 나라 안의 모든 병력을 총동원하면 진나라에 뒤지지 않습니다. 이제부터 우리 초나라가 한나라를 보호하여 모든 지원을 아끼지 않겠습니다.”

선혜왕이 이 말을 듣고 크게 기뻐하였다. 진나라를 무시하고 초나라를 따르고자 하였다. 그러자 신하 공중치가 나서서 아뢰었다.

“군대를 이끌고 쳐들어오는 것은 진나라이고 당하는 것은 우리 한나라입니다. 그런데 초나라가 말로 우리를 구하겠다고 하여 진나라와의 관계를 끊는다면 천하의 웃음거리가 될 것입니다. 지금은 진나라와의 동맹을 지켜야 합니다.”

하지만 선혜왕이 이 말을 듣지 않고 진나라와의 동맹을 파기하였다. 그러자 진나라에서 단숨에 공격해왔다. 선혜왕은 초나라의 응원군을 기대했다. 하지만 초나라는 단 한 명의 병사도 보내지 않았다. 한나라는 크게 패하고 말았다. 어쩔 수 없이 태자를 볼모로 보내 화친을 청하였다. 이후로 진나라의 명령에 따라 전쟁 물자를 대느라 나라가 망할 지경이었다. 이는 ‘전국책(戰國策)’에 있는 이야기이다.

견리망의(見利忘義)란 눈앞의 이익을 탐내어 소중한 약속이나 의리를 저버려 결국은 크게 손해를 보고나 후회하게 된다는 뜻이다. 이익으로 호감을 사는 사람의 말은 믿지 마라. 그렇지 않으면 당신은 심장을 꺼내주고 말 것이다.

aionet@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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