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북연구원 연구위원

[충청매일] 1980년 12월에 완공된 대청댐으로 생긴 인공호수인 대청호는 우리나라에서 소양호, 충주호에 이어 세 번째로 큰 규모이다. 대청호는 중부권 550만 명의 식수와 공업용수를 공급하고 있다. 국가적으로 없어서는 안 되는 중요한 기반시설이기에 상수원보호구역과 수질보전특별대책지역 등을 지정하여 오염원을 관리하고 있다.

그럼에도 대청호는 매년 녹조(綠潮)가 다량 발생하는 문제를 안고 있다. 환경단체와 하류지역 주민들은 상수원 보호를 위해 제도 강화가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반면, 상류지역 주민들은 40년 이상 상수원 규제로 인한 재산권 침해로 고통 받고 있어서 발전은 둘째 치고 생존을 위협받는다고 얘기한다. 이런 국가적 환경보호 가치와 개인적 재산권 보호의 가치는 40년을 넘게 충돌해 왔다.

지난해 환경부는 팔당호와 대청호에만 지정되어 있는 수질보전특별대책지역 제도를 합리적으로 개선하기 위해 연구를 진행했고, 연구 결과를 바탕으로 관련 고시를 개정하려고 한다. 그 중 하나가 친환경 도선의 운항 조건을 확대하는 것이다. 상수원 관리지역에 배를 띄운다고? 운항 조건을 확대하다니? 환경부정책이 거꾸로 가는 것은 아닌가?

환경단체와 하류지역 주민들은 걱정과 반대의 목소리다. 녹조 문제가 가장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는 대청호의 보호정책을 강화해도 모자랄 판에 더 완화해서는 안 된다는 우려에서다. 일견 맞는 말이지만, 대청호를 오랫동안 연구해 온 필자는 이번의 개정(안)은 우려보다는 기회가 될 것이라고 평가한다.

수질보전특별대책지역에는 산업단지, 공장, 숙박시설, 음식점 등의 개발사업을 추진할 수 없다. 오랜 규제 탓인지 대청호 상류에는 오염원이 많지 않다. 같은 규제를 받고 있는 팔당호 특별대책지역과 비교하면, 인구 6.1%, 산업시설 수 8.7%, 산업폐수발생량 2.3%, 소와 돼지 사육두수 4.7%, 가축분뇨발생량 8.4%, 식품접객업 6.7%, 숙박업소 6.1%, 골프장 3.3%, 수상레저 선박 2.8% 수준에 불과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청호의 녹조가 훨씬 더 자주, 많이 발생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가장 큰 이유는 호수에 물이 머물고 있는 체류시간 때문이다. 환경부 자료에 따르면 팔당호가 5.4일인데 비해 대청호는 196일에 달한다. 정체된 물을 썩기 마련이다. 대청호의 녹조는 상류 오염원 때문이 아니라, 하류에 상수원을 공급하기 위해 오랫동안 물을 가둬놓은 탓이다. 친환경 도선이 끼치는 영향은 거의 없다.

도선은 유람선과 달리 교통이 목적이다. 예전에는 손 쉽게 오갔던 이웃 마을이 대청호이 깊은 물로 오가지 못하는 사이가 되었고, 명절 때 성묘도 배를 타고 가야한다. 대청호 주변의 수려한 자연환경을 즐기고자 찾은 관광객들도 불편함을 호소한다. 관광객마저 찾아갈 수 없는 곳으로 만들 필요는 없다.

대청호 상류는 기존과는 다른 발전 전략이 필요하다. 오염을 증가시키는 개발이 아니라 친환경농업과 자연환경의 생태관광을 기반으로 하는 지속가능한 발전이 필요하다. 이를 위해 충분한 관광자원의 유입이 필요한데, 오지를 연결하는 친환경(전기, 태양광) 도선은 관광객에게 편리한 교통수단이 될 것이다. 친환경 발전은 대청호 주변의 농업과 축산에서 비롯되는 오염을 더욱 줄여줄 것이다. 무조건적인 규제와 책임만을 요구할 것이 아니라, 이제는 그들의 희생에 대한 보답을 고민하고 지원해야 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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