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청주우편집중국장
수필가

[충청매일] 봄의 전령사인 산수유 꽃을 시작으로 개나리와 목련 등 봄꽃들이 만개하여 저마다의 자태를 뽐내며 봄이 왔음을 알린다. 십 여 년 전 군데군데 심은 회양목 잎이 파릇파릇 빛나 가까이 가보니 벌들이 꽃을 찾아다니며 먹이활동 하느라 바쁘게 날고 있다.

회양목은 그동안 관리를 못해 해마다 환삼덩굴이 감싸는 바람에 잘살까 걱정도 했었는데 싱싱한 잎을 보니 반갑고 정겹다. 또 하나의 봄 전령사인 산새들은 새봄을 반갑게 맞이하듯 알지 못하는 자기들만의 소리로 지저귀면서 공중을 나르기도 하고 나무 사이를 오가며 봄을 즐기고 있다. 이웃집 장닭들은 연신 ‘꼬끼오’하며 울고 농부들은 논밭에 거름 나르며 쟁기질로 분주하고 여기저기 동식물 모두가 활기찬 봄날이다.

요즘 전원생활 초보 생활주변 농장주위 풍경이다. 인생 2막을 토종닭 기르며 전원생활하려고 오래전에 밭을 구입해 놓고 잠깐씩 들르곤 하다 얼마 전 컨테이너 막사를 들였다. 정년퇴직 후에 새로운 길을 가보기 위해 자격증도 여러 개 취득하고 평생교육원서 배우기도 하고 봉사활동도 하면서 몇 해를 보내다 금년은 무작정 쉬고 싶어서다. 농촌에서 태어났지만 농사일은 해보지 않아 서툰데다 워낙 손재주가 없어 뭐하나 하려해도 엄두가 나지 않고 모든 걸 주저하고 쉽게 시작하지 않는 성격이다.

이번 컨테이너 하나 놓는데도 친구들 여러 명이 동원됐다. 먼저 원두막을 놓을까 아니면 컨테이너로 할까 결정하는데도 친구들 여럿이 이리저리 다니며 앞장서 알선하며 선정해줬다. 컨테이너를 갖다놓고 나니까 전기설치가 문제였는데 친구 중에 손재주 좋고 전기 쪽 기술이 있는 친구가 있어 도움을 받았다. 밭을 구입하고도 처음 어찌할 줄을 몰라 이웃에게 경작하라고 했다. 몇 해 후 나중을 대비해 나무를 키워야겠다고 마음먹고 소나무를 심기 시작했는데 몇 해 안가 700여평 전체가 소나무 밭이 됐다.

소나무를 심을 땐 즐거웠지만 또 다른 문제가 생긴 것이다. 옆에 나무끼리 닿기 시작하여 처치 곤란한 상황에 이르렀다. 주위 사람들은 사이사이 톱으로 베라고 했는데 내가심은 나무고 나무도 생명이 있기에 이웃들에게 나누어 주어 키우도록 했다.

나머지 소나무를 가장자리로 옮기고 유실수도 심었지만 땅 전체를 경작할 수가 없어 퇴직한 전직 동료들에게 밭을 붙이라고 해서 몇 해째 그들과 함께 가꾸고 있다. 밭을 제대로 관리하지 못하니까 주위 사람들이 수시로 와 알려주었는데 시간도 없고 내 능력으로는 불가능 했다. 나무 전지하는 방법도 알려주고 여러 면에서 도움을 주었지만 초보 전원생활인에게는 낯설고 벽이 높았다. 아무리 좋은 소리도 여러 번 들으면 듣기 싫다고 그들의 친절도 따라가지 못하니 무용지물이었고 나중엔 오히려 귀찮게 들렸다.

같이 농사하는 전직 동료들도 처음 와서 이러쿵저러쿵 하기에 스님들이 말없이 수행하는 걸 ‘묵언수행’이라 하듯 우리도 농장에서 만나면 말없이 각자 방식대로 일하자고 제안해 나름 수행 중에 있다.

전원생활 초보로서 느낀 건 전원생활이 아무나 하는 게 아니고 특히 농사일은 더욱 어렵다는 걸 새삼 느끼면서 농부들의 노력이 얼마나 소중하고 값진가를 배우며 전원생활에 적응해 나가는 중이다.

SNS 기사보내기
기사제보
저작권자 © 충청매일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