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꿈세상 정철어학원 대표

[충청매일] 영국의 한 연구실, 식물학자 알프레드 러셀 윌리스가 고치에서 빠져나오려고 애쓰는 나비의 모습을 관찰하고 있었다.

나비는 바늘구멍만 한 작은 구멍을 뚫고 고치에서 빠져나오기 위해 꼬박 한나절을 애쓰고 있었다. 고치에서 나오느냐 마느냐는 생사가 걸린 문제였다.

그렇게 아주 힘든 고통의 시간을 보낸 후 번데기는 나방이 되어 나오더니 멋진 나비가 되어 공중으로 훨훨 활기찬 날갯짓을 하며 세상으로 날아갔다.

이렇게 힘들게 애쓰며 나오는 나비를 지켜보던 윌리스 박사는 이를 안쓰럽게 여긴 나머지 나비가 쉽게 빠져나올 수 있도록 고치의 옆 부분을 칼로 살짝 그어주었다. 나비는 쉽게 고치에서 쑥 나올 수 있었다.

하지만, 좁은 구멍으로 안간힘을 쓰고 나온 나비는 영롱한 빛깔의 날개를 가지고 힘차게 날아가는 반면, 도움을 받아 쉽게 나온 나비는 무늬나 빛깔이 곱지 않고 날갯짓에 힘이 없었다. 그리고 그렇게 몇 번의 날갯짓을 시도한 나비는 결국 죽고 말았다. 오랜 고통과 시련의 좁은 틈새를 뚫고 나와야만 진정한 나비가 될 수 있는 것이다.

힘든 목표를 이루려면 한발 한발 인내로, 오롯이 혼자 견디어 고통을 품어야 한다. 그리고 끝이 없어 보이는 길을 내디뎌 기어이 끝에 도달해야 한다. 그 과정의 고통은 성장과 성취를 이루게 하는 거름이다.

사랑이 가득한 부모가 그 힘든 길을 걷는 자식을 그냥 지켜보고만 있는 일이 쉽지만은 않다. 힘들다는 자식의 투정에 마음이 약해지기도 하고 자식이 겪고 배우며 이겨내야 할 작은 난관에 직접 팔을 걷어붙이기도 한다.

성장하는 과정에서 또래와 발생하는 다툼도 자식에게 주어지는 공부이다. 맞기도 하고 심술도 부리고 하며 많은 갈등을 겪으며 배워 나간다. 아프지만, 하나씩 겪으며 터득하며 성장하도록 격려와 조언으로 지켜봐 주어야 한다. 하지만 그 아픔을 부모가 못 견디고 팔을 걷어붙여 애들 싸움이 어른들 싸움이 되며 자식의 성장을 막는다.

권력 또는 이런저런 능력이 있는 부모는 자식에게 도움을 준다고 이렇게 저렇게 힘을 써 목표를 쉽게 이루도록 도와주기도 한다. 그 도움은 도움이 아니다. 부모가 자식을 허상 위에 앉히고 허상을 좇아 살도록 가르치고 있다. 자식의 능력 성장을 막고 구렁텅이로 밀어 넣는 것이다.

그러고도 부모는 자식을 위하였다고 으쓱한다.

중학교 1학년 때, 아버지의 큰 교통사고로 학업을 멈추고 23세에 중학교 공부를 시작하여 늦은 나이에 대학원을 졸업하게 된 나는 고통이 무엇인지 인내가 무엇인지 잘 알게 되었다. 그리고 그 고통과 인내가 나를 어떻게 성장시켰는지 이제 너무나 잘 안다. 그래서 코에서 단내가 나던 힘들었던 나의 그 시절이 소중하다.

자식을 사랑하여 진정으로 성장하게 해주고 싶다면 그가 그의 길을 혼자 도전하고 혼자 견뎌내게 도와야 한다. 부모가 팔을 걷어붙여 대신 쌓아준 성취는 모래성처럼 쉽게 무너질 수 있다.

도와주고 싶다면 따듯한 격려를 해주고, ‘할 수 있다’는 용기를 주고, 포근한 눈빛으로 함께 인내해 주자. 그것이 당장의 안타까움은 있을지 몰라도 나중을 위한 진정한 도움이다.

자녀의 성장을 믿어 주십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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