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주 중산고 교감

 

[충청매일] 학교는 3월에 시작한다. 새학기에 학교는 첫만남의 낯설고 설레는 즐거운 소란으로 시작한다. 누구나 모든 것이 새롭다. 모두 새로운 프로그램이나 행사에 참여하고 적응하느라 바쁘다. 3년째 코로나19 시대를 겪으며 학교의 분위기와 문화는 많이 바뀌었다.

첫만남으로 인한 새출발의 요란함은 있지만 코로나 때문에 모두가 함께 하기는 어렵다. 서로의 표정은 마스크로 가려져 있고, 식사시간에만 잠시 마스크를 벗지만 가림막으로 차단되어있어 서로의 얼굴을 맞대기 어렵다. 벌써 3년째 우리는 서로의 얼굴을 익히지 못하고  방과후에도 함께 어울리지 못하며, 자기만의 공간에 갇혀있다.

지난 밤, 3학년 선생님들이 모여 학년운영협의회를 했다. 학년부장님이 협의회 자료를 작성하며 첫 장에 올 한해 함께 할 모토로 내세운 것이 ‘함께 가면 험한 길도 즐겁다’였다. 수업과 창의적 체험활동 등 일년 간의 여러 계획을 논의하는데, 무엇보다 ‘함께 하자’는 말을 많이 들었고, 그 말이 유독 가슴에 다가왔다. 코로나 이후 지금까지 무언가를 ‘함께’ 하기 어려웠기 때문이 아니었나 싶다.

학생들과 함께 부딪치며 행사를 진행한 기억이 가물가물하다. 여럿이 함께 하는 모둠활동 중심의 수업이 제한되고 합창대회나 동아리한마당과 같은 행사나 체육대회와 수학여행과 같은 체험활동은 하지 못했다. 선생님들도 사적모임 제한으로 함께 모여 학교 이야기를 나눌 기회가 적었다. 마스크를 쓰고 잠시 만나, 조심조심 필요한 대화만 나누었다. 400명이 조금 넘는 학교에 코로나 확진으로 등교하지 못하는 학생과 선생님이 모두 30명이 넘을 정도니 원격수업과 격리가 다반사가 되었다. 교실에서 수업을 하고, 선생님들과 회의를 하면서도 돌아서면 단절감을 느끼곤 했다. 서로의 표정이 가려져 있어서인지 제대로 소통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지 않았다.

두 시간 동안 학년운영협의회를 하면서 나눈 대화 중 특별히 기억에 남는 것은 학급별 특색활동에 대한 이야기였다. 담임선생님들이 학급의 학생들과 함께 하는 활동으로 전자기기 없는 날, 점심시간에 선플을 다는 비대면 봉사활동, 멘토,멘티활동, 학급문집 만들기 등 많은 내용을 제안했다. 그 중에 특별히 관심이 갔던 것은 매일 아침 수업 전 1분 스피치하기로, 칭찬합시다, 오늘의 나의 기분을 말해 줘 등을 주제로 말하는 시간을 갖는 것이었다.   

서로 친해지려면 서로의 민낯을 확인하고, 기쁠 때나 슬플 때나 솔직한 감정을 교류하는 것으로부터 시작하는 것인데 아침마다 자신의 이야기를 하고 친구들의 이야기를 들을 수 있다면 서로에게 다가가기가 수월할 것이라는 생각에, 아주 소중한 시간이 될 듯싶었다.

코로나 시대를 사는 우리가 더더욱 고독을 느끼는 이유는 서로의 진심을 나누고 소통하지 못해 느끼는 단절감과 공허함 때문이다. 고독과 벗하기보다 벗들과 함께 고독을 이겨내는 것이 필요한 시기이다. 학생들이 친구들과 솔직한 감정과 경험을 공유하고 서로가 공동운명체임을 직감하고 함께 어떤 어려움이라도 같이 헤쳐갈 수 있다는 연대의식을 느낄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코로나시대의 학교의 역할이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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