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치영의 고전 산책] 불사이군(不事二君), 두 임금을 섬기지 않는다
[김치영의 고전 산책] 불사이군(不事二君), 두 임금을 섬기지 않는다
  • 충청매일
  • 승인 2022.03.21 15: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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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전 번역가

 

[충청매일] 기원전 560년 춘추시대. 진(陣)나라의 제후는 순(舜) 임금의 후손인 규씨였다. 당시 모든 나라가 주나라 희씨의 혈연이었으나 진(陣)나라만은 예외였다. 이는 주나라 무왕이 전설의 시대인 순임금의 정치를 숭상하여 그 후손 규만을 제후로 임명한 것이 기원이었다.

초기의 진(陣)나라는 군주와 백성이 똘똘 뭉쳐 나라의 기반을 이루었다. 땅은 비록 작았지만 그래도 기름진 옥토와 부지런한 백성들 덕분에 항상 풍족했다. 게다가 주나라의 보호를 입어 외부의 침입에 대해 걱정이 없었다. 어느 나라라도 진(陣)나라를 공격하면 주나라의 엄청난 보복을 당할 각오를 해야 했으니 감히 건드리는 나라가 없었다. 나라에 전쟁이 없으니 그야말로 태평성대였다.

세월이 흘러 영공이 제후에 올랐다. 그는 못난 부잣집 자식과 같았다. 간신들에게 둘러싸여 정치는 나 몰라라 하고 술과 여자에 빠져 지냈다. 그러다가 이웃집 미녀를 잘못 건드려 그녀의 아들 징서에게 칼 맞아 죽고 말았다. 징서가 반란을 일으켜 진(陣)나라 제후에 오르자 영공의 신하들은 대거 초나라로 도망하였다.

이들이 초나라 장왕에게 엎드려 절하며 아뢰었다.

“초나라가 지금 진(陣)나라를 공격하면 쉽게 그 땅을 얻을 수 있습니다. 이는 절호의 기회입니다. 구실은 징서가 영공을 시해했기에 그를 벌하려 한다고 하면 백성들도 초나라 군대를 환영할 것입니다.”

영공의 신하로 있을 때는 자신들의 이익을 위해 나라를 개판으로 만들었던 자들이, 이제는 나라를 팔아먹는 행위를 버젓이 하고 만 것이었다. 그해 겨울에 초나라 장왕이 군대를 이끌고 진(陣)나라 국경을 넘었다. 그러자 진(陣)나라 백성들이 모두 놀랐다. 이에 초나라 장왕이 백성들을 안심시키며 말하였다.

“놀라지 마라. 나는 단지 군주를 시해한 징서를 죽이러 온 것뿐이다.”

그 말대로 초나라 군대가 징서를 잡아 죽였다. 그리고 진(陣)나라를 초나라의 현으로 편입시켰다. 그러자 진(陣)나라 신하들이 모두 초나라 장왕에게 축하 인사를 올렸다. 하지만 신하 신숙시(申叔時)만은 인사하지 않았다. 장왕이 그에게 물었다.

“너는 어찌하여 내게 축하 인사를 하지 않는 것이냐?”

 그러자 신숙시가 대답했다.

“나라를 잃고 어찌 침략자에게 절을 한단 말입니까? 또 신하가 되어 어찌 두 임금을 섬긴단 말입니까? 왕께서는 징서가 군주를 시해했다고 하여 정의의 기치로 징벌하셨습니다. 그러면 족한 것이지 어찌 나라마저 빼앗고 그 땅을 차지한단 말입니까? 그것은 정의가 아니라 불의입니다. 소신은 결코 절할 수 없습니다.”

장왕이 그 말을 듣고는 감탄하여 대답했다.

“오호! 진(陣)나라에 이런 충신이 있는 줄 몰랐다. 옳은 말이다!”

하고는 진(陣)나라를 돌려주었다. 이는 ‘춘추좌씨전’에 있는 이야기이다.

불사이군(不事二君)이란 두 임금을 섬기지 않는다는 뜻이다. 신하가 된 자가 반드시 따라야 할 도리를 말한다. 도리를 모르는 자를 가까이하지 마라. 그렇지 않으면 언제고 뒤통수를 세게 얻어맞을 것이다. aionet@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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