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꿈세상 정철어학원 대표

 

언성이 높아졌다.

“진정한 친구라면 할 수 있는 일이고 장한 일이다!”

“아무리 친구라도 내가 있어야 친구도 있는 건데 그 짓은 바보 같은 짓이다!”

친구와 무심코 시작한 주제의 대화에서 얼굴이 붉어질 만큼 의견이 뜨겁다.

조선 시대 광해군(光海君, 1575~1641) 때 나성룡(羅星龍)이라는 젊은이가 교수형을 당하게 되었다. 효자였던 그는 집에 돌아가 연로하신 부모님께 마지막 인사를 하게 해달라고 간청했다. 하지만 광해군은 허락하지 않았다. 이때 나성룡의 친구 이대로(李大路)가 보증을 서겠다면서 나선 것이다.

“폐하, 제가 그의 귀환을 보증합니다. 그를 보내주십시오.”  

“대로야, 만일 나성룡이 돌아오지 않는다면 어찌하겠느냐?”

“어쩔 수 없죠, 그렇다면 친구를 잘못 사귄 죄로 제가 대신 교수형을 받겠습니다.”

“너는 성룡이를 믿느냐?”

“폐하, 그는 제 친구입니다.”

광해군은 어이가 없다는 듯이 웃었습니다.

“나성룡은 돌아오면 죽을 운명이다. 그것을 알면서도 돌아올 것 같은가?

만약 돌아오려 해도 그의 부모가 보내주지 않겠지. 너는 지금 만용을 부리고 있다.”

“저는 나성룡의 친구가 되길 간절히 원했습니다.  제 목숨을 걸고 부탁드리오니 부디 허락해주십시오. 폐하!”

이는 많은 사람이 알고 있는 친구의 우정에 관한 조선 시대의 이야기이다. 이 이야기의 우정을 두고 나는 친구와 진지한 갑론을박으로 서로 목청을 높인 것이다. 아침 풀잎에 맺히는 싱그러운 이슬처럼 나의 십 대는 그렇게 깊어 갔다.

기억 저편, 사람들은 봄 햇살같이 온기 있는 눈빛을 나누었다. 코스모스도 선들선들 행복을 나눠주었고 참새도 재잘재잘 즐거움을 나눴다. 선생님은 엄하지만, 사랑이 있었고 친구는 다투어도 우정이 있었다. 사돈의 팔촌만 되어도 얹혀서 살 수 있는 미덕이 있는 나라였다. 남을 위해 봉사하고 희생하는 아름다운 꿈이 있었다.

많은 시간이 흘렀고 세상은 변했다. 나만을 채우려는 세상이다. 어떤 사람들은 이기심을 채우려 왜곡과 모함으로 남을 짓밟는 것을 서슴지 않는다. 작은 권력도 권력이라고 칼을 휘두르고 음모와 암투를 벌인다. 조금 더 가지려 조금 더 오르려 가슴을 끓인다. 행여 그들 곁에 있다가는 베이고 뜯겨 상처를 입는다. 힘들고 각박하다. 삶이 아프다.

꿈이 많던 시절, 뜨겁게 논쟁을 했던 그 친구를 오랜만에 만났다. 어릴 적에는 서로 다르지만 각자 많은 꿈이 있었다. 그와 난 서로 다른 인생을 살아왔음에도 세월이 지난 지금 삶이 별반 다르지 않다. 아픔도 행복도…. 우린 모처럼 많은 이야기로 어릴 적 동심을 나누었다. 돌아오는 길, 밤하늘의 별도 미소로 나를 반기고 옷깃을 파고드는 겨울바람조차 포근했다.

나였다. 어느새 순수함이 빛바래 그렇게 아팠다. 세상이 변한 게 아니고 변한 건 나였다. 이기심이 가득한 것도 권력과 명예를 탐하고 조금 더 가지려 가슴을 끓인 것도 나였다. 그런 나였기에 그런 세상이 보였다. 아니 세상이 그렇게 보였다.

이제 꿈을 꾸던 소년의 순수함을 소망해 본다. 따듯한 꿈을 꾸게 했던 순수함은 있는 그대로의 삶들을 그대로 보듬어 나를 행복의 나라로 이끌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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