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치영의 고전 산책] 비방지목(誹謗之木), 잘못을 지적하다
[김치영의 고전 산책] 비방지목(誹謗之木), 잘못을 지적하다
  • 충청매일
  • 승인 2022.03.13 16: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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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전 번역가

 

문자가 없던 시대는 어떻게 역사를 후대에 전했을까? 그건 바로 사람의 입이었다. 말로써 선대의 일들을 전한 것이다. 이를 구전(口傳)이라 한다. 구전은 대대손손 이어지면서 첨가되거나 손실되어 이야기가 변형되었다. 게다가 이야기에 재미가 더해지면서 초월적이고 신비한 요소가 많아졌다. 그래서 이렇게 전해진 기록을 신화와 전설이라고 명명한다.

신화의 시대에 다섯 임금이 존재했는데 이때를 오제(五帝) 시대라고 한다. 그중 네 번째 임금이 요(堯)이다. 요에 관한 치적은 공자가 편찬한 논어와 시경에 기록되어 있다. 공자는 요를 크게 칭송하였는데 이는 춘추시대에 시작된 끝없는 전쟁이 하루빨리 종식되기를 바라는 기원이었고, 배부르고 등 따스한 태평한 세월에 대한 희망이기도 했다.

공자는 요임금 시대를 한 마디로 태평성대라 표현했다. 이는 임금이 백성을 친자식처럼 사랑하고, 가장 우두머리임에도 검소하게 생활했고, 백성을 다스리는 일은 형벌이 아니라 덕을 우선했기 때문이다. 더구나 요는 말년에 후계자를 정하는 문제에 대해서도 공명정대하기까지 했다. 하루는 요가 신하들에게 후계자로 누가 좋겠냐고 물었다.

그러자 신하 방제가 아뢰었다.

“당연히 임금님의 아들인 단주를 후계자로 정하시는 것이 옳습니다. 단주는 누구보다 총명하고 형벌을 잘 사용하여 위엄이 높습니다.”

그러나 요임금이 고개를 가로저었다.

“그렇지 않다. 아비보다 자식을 잘 아는 사람은 없는 법이다. 단주는 덕이 부족하여 남과 다투기를 잘한다. 또 자신의 잘못을 숨기려고 형벌을 이용해 상대를 곤경에 빠뜨린 적도 많다. 그런 자가 임금에 오르면 백성들을 모두 형벌로 다스리려 할 것이다. 어찌 그런 놈에게 나라를 물려주겠는가?”

그러자 신하 사악이 나서서 아뢰었다.

“많은 사람이 칭송하는 순(舜)이라는 인물을 추천합니다. 그는 부모에게 효도하고, 아우에게는 우애가 있고, 이웃에게는 선을 베풀어 인륜을 몸소 실천한다고 합니다.”

요임금이 순을 시험해보고자 백성을 교화하는 임무를 맡겼다. 그러자 아버지는 위엄이 있고, 어머니는 자애롭고, 형제간에는 우애가 있고, 자식은 부모에게 효도하고, 젊은이는 노인을 공경하고, 친구 사이에는 믿음이 생겼다. 이어 나라의 정치를 맡기자 꾸미지 않고 감추지 않고 있는 그대로 잘잘못을 판단하니 매사가 잘 처리되었다. 이후 요는 순에게 임금의 자리를 물려주었다.

이전에 요는 궁궐 앞에 큰 북을 매달아 억울한 일을 당하면 호소하게 하였고, 궁궐 앞 큰나무 앞을 발언대로 만들어 누구라도 임금의 잘못을 이야기하도록 하였다. 이는 임금이 되면 백성들을 자상하게 살피라는 교훈이었다.

비방지목(誹謗之木)이란 궁궐 나무 앞에서 임금의 잘못된 정치를 비방한다는 뜻이다. 백성들의 입이 자유롭다면 태평한 시절이고 입이 막힌다면 험악한 시절이다. 그러니 표현의 자유는 누구라도 막아서는 아니 될 것이다.

 aionet@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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