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다희
청주가로수도서관 사서

 

[충청매일] 우연히 접한 책이 재미있으면 작가의 이름을 기억해뒀다가 그 작가의 책을 찾아서 하나씩 읽어가는 습관이 있다. 이 책도 그 중 하나이다.

대학생 때 ‘야쿠마루 가쿠’의 <천사의 나이프>라는 책을 처음 접했다. 책을 다 읽은 후 작가의 저서가 더 없나 찾아보았지만, 당시 그 책이 문단에 데뷔하며 쓴 첫 책이어서 다른 책은 만날 수 없었다. 시간이 흐르고 작가의 이름이 기억에서 희미해질 즈음 <돌이킬 수 없는 약속>이 베스트셀러가 되면서 작가의 이름을 다시 각인하게 되었다. 이 책을 시작으로 작가의 책을 하나하나 읽어가던 중 만나게 된 책이 바로 <침묵을 삼킨 소년>이라는 책이다.

주인공으로 등장하는 아버지 ‘요시나가’는 오랫동안 준비했던 프로젝트를 성사시키고 기쁜 마음에 직원들과 즐거운 회식 자리를 갖게 된다. 그때 중학생 아들 ‘쓰바사’의 전화가 오지만 회식의 분위기에 취해 전화를 받지 않고 넘겨버린다. 그리고 아버지는 후회하게 된다. 그때 그 전화를 받았다면 모든 게 달라지지 않았을까? 하면서.

“부탁한다. 제발 네가 죽인 게 아니라고 말해 줘.”

전처와 살고 있던 아들이 친구를 살해했을지 모른다는 의심을 받게 되고 아들은 동급생 살인 및 시체 유기 혐의로 체포되고 만다. 변호사와 아버지가 끊임없이 아들을 찾아가지만, 그는 고개를 숙인 채 침묵을 삼킬 뿐이다.

소년범죄를 다룬 책들을 종종 접하긴 했지만, 그들의 행위는 성인과 마찬가지로 처벌받아야 할 범죄행위라고만 생각했다. 이 책을 읽고 난 뒤 처음으로 소년범죄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해보게 되었다. 그들 옆에 자신의 상황을 알아차려 줄 가족이 있었다면, 그들을 잡아줄 어른이 있었다면, 모든 게 달라질 수 있지 않았을까. 이 소설은 범죄가 일어난 전말을 밝히는 데에서 끝나지 않는다. 범죄를 저지른 당사자가 사회로 돌아갔을 때 받게 되는 차가운 시선 뿐만 아니라, 그 가족이 범죄자의 가족이라는 낙인으로 인해 사회에서 겪게 되는 일들, 피해자 가족이 짊어지고 가야하는 슬픔과 용서 등에 대해서도 묵직하게 다루고 있다. 이 책을 읽으며 가족에 대해, 갱생에 대해, 용서에 대해 깊이 생각해 볼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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