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인
청주민예총 사무국장

[충청매일] 예전만큼 올림픽에 관한 관심이 줄었다. 평창 동계올림픽 때만 해도 경기를 빼놓지 않고 본 기억이 있다. 우리 선수의 선전에 박수를 보내고 메달을 딸 때마다 진심으로 기뻐했다. 지난해 일본에서 열린 하계올림픽도 관심사에서 제외되었다. 나이가 들어서인지 우리 선수가 잘하면 좋지만, 꼭 메달을 따야 한다는 생각은 아니다. 자국을 위해 최선을 다하는 선수들을 보면 응원을 보내긴 하지만, 순위에 들지 못했다고 실망스럽지 않다.

동계올림픽 효자 종목인 쇼트트랙에서 연일 메달 소식을 전하고 있다. 반면, 편파판정 시비와 중국인들의 반한 감정이 극에 달하는 모습도 종종 보인다. 경기 규칙을 잘 모르지만, 어떤 경우에는 억지스럽다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그러나 개최국 선수에게 유리한 판정이 내려지는 일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판정 때문에 피해를 본 선수에게는 안된 일이지만, 스포츠의 순수성이 퇴색된 오늘날의 올림픽은 국가의 통치 전략으로, 세계에 자국의 위력을 알리는 홍보용으로 개최되는 의도가 강하다.

뉴스를 통해 들리는 베이징 동계올림픽의 모습은 통제와 억지를 부리는 중국의 민낯이다. 개인 휴대전화를 압수하는 경우부터 생방송 중 외국 기자를 끌어내리는 행위까지 중국은 안하무인 격으로 올림픽을 진행하고 있다. 이렇게까지 올림픽을 개최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큰 땅덩어리와 수억의 인구를 지닌 중국은 올림픽을 통해 자국민의 애국심을 최고로 끌어올릴 계획인지 모른다. 베이징 동계올림픽은 전 국민이 조직적으로 전 세계와 맞장을 뜨고 있는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

쇼트트랙에서 중국 선수가 일등으로 결승선을 통과해 코치진과 기쁨을 나눈다. 이 경기에서 한국 선수가 편파판정에 휘말렸다. 평창 동계올림픽 한국대표팀을 이끌었던 현 중국 쇼트트랙 한국인 감독의 표정이 스크랩처럼 겹쳐졌다. 어제의 동지가 오늘 적이 되는 상황이다. 한국 쇼트트랙 선수 중 러시아와 중국으로 귀화한 선수처럼, 개인의 상황과 이익을 위해 얼마든지 국적과 소속을 바꿀 수 있다. 국가라고 하는 제도는 인간이 만든 것이고 국가라는 영역이 고유불변하지도 않기 때문이다.

베이징 동계올림픽에는 국적을 바꾸어 경기에 출전한 선수가 많다. 중국 아이스하키팀은 절반 이상이 귀화선수이다. 중국은 전략적으로 아이스하키팀을 구성했지만, 성적은 좋지 않다. 한국 루지 선수 중에도 귀화선수가 존재한다. 국적이라고 하는 것, 구성원으로서의 소속감은 현재성이고 미래지향적이다. 과거는 중요치 않다.

너무 일방적인 견해이지만, 개인의 이익에 따라 소속을 바꾸고 성향을 바꾸는 일은 흔한 일이다. 특히, 정치계에서는 비일비재한 일이다.

올림픽을 보면서 나의 소속을 생각한다. 나는 대통령 선거권이 있는 대한민국 국민이며, 도지사 선거권이 있는 충청북도 도민이자, 시장 선거권이 있는 청주시민이며, 한 아이를 둔 남편이다. 나의 의지대로 소속된 경우보다 당연히 소속된 경우가 많다. 그러니, 개인의 의지로 소속을 바꾸는 일은 가능하다. 그러므로 소속감이 흔들리는 일은 치명적이다.

올림픽은 느슨한 소속감을 하나로 묶는 마법을 부린다. 그러므로 하계올림픽, 동계올림픽, 월드컵 등 세계적인 스포츠 경기는 지구가 멸망하기 전까지 계속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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