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꿈세상 정철어학원 대표

[충청매일] 저 멀리서 엄마가 어여 들어오라고 손짓이다. 슬금슬금 밖으로 나와 동네 친구들을 만난 지 5분 남짓 되었는데 어느새 쫓아 나와 부르신다. 또 엄마의 강압에 이끌려 잡혀 들어왔다. 집에 딱히 할 일이 있는 것도 아닌데 동네 친구들과 어울릴 때면 어김없이 이렇게 잡혀 들어오곤 한다. 야속하다.

오랜 세월이 지나 돌아보니 엄마는 심리학 고수였다. 뉴욕대학 심리학자 타냐 차트랜드(Tanya L. Chartrand)와 존 바르(John Bargh)가 1999년에 발견한 ‘카멜레온 효과’의 원리를 엄마는 1970년대에 이미 터득하신 듯하니 말이다.

‘카멜레온 효과’는 자신과 상호작용하고 있는 상대의 자세, 독특한 버릇, 표정, 기타 행동 등을 무의식중에 흉내 내어 변화하고 닮아가는 현상에 붙여진 이름이다.

어른이 되어 돌아보니, 그 시절 기찻길 옆 동네 친구들 일부는 반건달로 보이는 청소년들이었다. 그들은 술 담배도 하고 싸움질을 하기도 했다. 하지만 친구끼리는 다정한 보통 친구였다. 어쩌면 동네마다 모여서 노는 청소년들 일부는 그럴 수도 있지 싶다. 하지만 유연한 내 마음과는 달리 엄마 마음은 늘 노심초사였다. ‘카멜레온 효과’의 원리를 이미 알고 계셨던 듯 나와 그 친구들의 접촉을 차단했다. 내가 그들과 어울리면 점점 그들과 같은 모습으로 변해가리라 생각하셨던 듯했다. 하지만 나는 다정한 친구들과 재미난 시간을 놓쳐 서운하기만 했다. 이제 와 생각해보면, 흘러가는 대로 나를 놔두었다면 어쩌면 나도 ‘카멜레온 효과’로 이렇게 저렇게 변화하여 지금 전혀 다른 나의 모습으로 살고 있을 수도 있겠다.

조카의 행동에 놀랐다. 초등학교 5학년인 조카가 방학이 되어 다니러 왔을 때다. 종일 반가운 정을 나누고 잠자리에 들기 전, 조카는 집안을 돌며 현관문과 창문을 걸고 커튼을 치며 문단속을 하여 집안 단도리를 하는 것이 아닌가. 어린 꼬마가! 그가 초등학교 2학년 때 손님을 모시고 누님댁을 방문한 적이 있다. 마당에서 러닝셔츠를 입고 놀고 있던 조카가 방으로 뛰어 들어가더니 웃옷을 입고 나와 인사를 했다. 인사는커녕 놀기 바쁜 어린 나이에 옷매무새 격식을 갖추어 손님을 맞았다. 그 조카는 종종 이렇게 나를 놀라게 했다.

매형은 학자였다. 매형은 늘 책을 가까이했고 틈이 나면 정원을 손질하고 연탄재를 버리는 등 매사에 모범적이었다. 조카는 그런 아버지를 보며 그렇게 닮아 갔나 보다.

카멜레온이 환경에 맞추어 변화하듯, 인간은 특히 성장기의 자녀들은 주위 환경과 사람을 따라 변화한다.

어른들은 자녀들이 바람직하게 잘 성장하기를 소망한다. 공부를 잘하기를 바라고 예의 바르고 바른 생각을 하며 곧게 성장하길 바란다. 성실하게 꾸준히 노력하여 훗날 능력을 갖추어 내가 이 세상에 없어도 멋지게 살아가길 소망한다.

그런 소망을 품은 어른들은 어떤 모습인가. 책을 읽고 있는 모습을 보여는 주는가. 성실하게 노력하는 모습을 자녀가 느끼고 배우도록 살고 있는가. 자녀 앞에서 선생님 멱살을 잡거나 버럭 호통을 쳤다는 일화도 있다.

자녀는 본 대로 느낀 대로 변화한다. 난무하는 매스컴도 어울려 지내는 친구들도 그들을 변화시킨다. 그중 제일은 부모의 가치관과 생각 그리고 부모의 사는 모습이다.

우리의 자녀는 카멜레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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