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진명 시인

[충청매일 최병선 기자] 지금까지 몇 차례에 걸쳐 제가 말도 안 되는 듯한 주장을 펼쳤는데, 이 장황한 글의 요점은 그겁니다. 글 쓰는 사람이 고민을 좀 덜 하게 하자. 그것을 위해서 띄어쓰기 문제를 검토해보아야 하고, 맞춤법을 너무 복잡하지 않고 간편하게 해주자는 것입니다. 특히 띄어쓰기의 경우는 반드시 재검토해보아야 합니다. 우리말은 교착어이기 때문에, 굴절어에 적합한 띄어쓰기가 불편합니다. 차라리 문장부호를 적극 활용하고, 어절이나 문장 단위로 쉼표를 찍어주어 음절 하나의 옳고 그름에 집착하는 일을 없애주어야 합니다. 예를 한 번 보겠습니다. 홍명희 ‘임꺽정’의 앞부분입니다.

이 교리가 거제도로 귀양간 뒤의 일이다. 왕은 자기의 어머니 윤씨가 궁중에서 쫓겨나고 마침내 사약까지 받게 된 것은 엄귀인 정귀인이 성중께 참소한 탓이라고 하여, 어느 날 내전에 들어가서 두 귀인을 불러다가 뜰 아래에 세우고 철여의를 쥐고 내려가서 대번에 머리를 쳐서 바수고, 한마당에 두 시녀가 거꾸러지며 이곳저곳이 피투성이라 마루 위의 뜰 위에 섰던 왕비 신씨 이하 여러 궁인들은 끔찍스러운 일을 보고 한참 동안 모두 섰던 곳에 박힌 듯이 서서 혹은 고개만 돌리고 혹은 눈만 가릴 뿐이었다. 왕에게 조모인 인수대비가 그때 마침 병환이 침중한 중에 이 일이 난 것을 알고 억지로 병석에서 일어앉아 왕을 불러다 앉히고 부왕의 후궁을 그렇게 하는 일이 어디 있느냐고 준절히 말하니

이것을 띄어쓰기를 어절이나 문장별로 하고 문장부호를 넣어보겠습니다.

이교리가거제도로귀양간뒤의일이다. 왕은, 자기어머니윤씨가궁중에서쫓겨나고, 마침내사약까지받게된 것은, 엄귀인정귀인이성중께참소한탓이라고하여, 어느날내전에들어가서, 두귀인을불러다가뜰아래에세우고, 철여의를쥐고내려가서, 대번에머리를쳐서바수고, 한마당에두시녀가거꾸러지며, 이곳저곳이피투성이라. 마루위의뜰위에섰던, 왕비신씨이하여러궁인들은끔찍스러운일을보고, 한참동안모두섰던곳에박힌듯이서서, 혹은고개만돌리고, 혹은눈만가릴뿐이었다. 왕에게조모인인수대비가, 그때마침병환이침중한중에, 일이난것을알고, 억지로병석에서일어앉아, 왕을불러다앉히고, 부왕의후궁을그렇게하는일이어디있느냐고, 준절히말하니 이번에는 아예 이어쓰기를 해보이겠습니다. 어떤지 한 번 보시기 바랍니다.

이교리가거제도로귀양간뒤의이리다. 왕은, 자기어머니윤씨가궁중에서쪼겨나고, 마침내사약까지받게된거슨, 엄귀인정귀이니성중께참소한타시라고하여, 어느날내저네드러가서, 두귀이늘불러다가뜨라래에세우고, 철려의를쥐고내려가서, 대버네머리를쳐서바수고, 한마당에두시녀가거꾸러지며, 이곳저고시피투성이라. 마루위의뜰위에섰던, 왕비신씨이하여러궁인드른끔찍스러운이를보고, 한참동안모두섰던곳에박힌드시서서, 호근고개만돌리고, 호근눈만가릴뿌니었다. 왕에게조모인인수대비가, 그때마침병화니침중한중에, 이리난거슬알고, 억지로병석에서이러안자, 왕을불러다앉히고, 부왕의후궁을그렇게하는이리어디있느냐고, 준절히말하니

우리는 이어쓰기에 익숙지 않아서 이어쓰기 한 문장은 좀 어색할 수 있으나 조금만 익숙해지면 그리 어렵지 않습니다. 반면에 이어쓰기를 하지 않고 어절별 혹은 문장별로 쉼표를 찍어서 나눈 두 번째 인용문은 어렵지 않게 눈에 들어올 것입니다. 이렇게 하면 띄어쓰기의 어려움을 어렵지 않게 해결할 수 있습니다.

교착어에도 적절하지 않고 백성들도 쓰기 힘들다는데 도대체 누굴 위한 띄어쓰기란 말입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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