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교통대학교 행정학부 명예교수

 

[충청매일] 공인이나 공무원은 보통사람과 다른 책임과 의무를 요구한다. 그 가운데 정치인이나 공무원이 지켜야 할 가장 큰 덕목은 개인에게 주어진 권력과 권한을 사사로이 사용해서는 아니 된다는 것이다. 1990년대 전까지 우리나라 행정문화에 가장 큰 특성으로 사인주의(私人主義)를 지적하였다. 사인주의는 공금이나 공용물품을 사적으로 사용하거나 정치인이나 공무원에 주어진 권력을 국민을 위한 봉사수단으로 사용하기보다는 사적이익을 추구하기 위한 수단으로 생각하는 행태를 의미한다.

이러한 사적 이익을 취하지 않는 사람을 청백리(淸白吏)라고 하여 고려 시대와 조선 시대의 모범 관료에게 수여되는 명칭으로 사용하였다. 송(宋)나라 때 이 청백리를 등급을 주어 셋으로 나누었다고 한다. 일등 청백리는 나라에서 주는 녹(祿)만 먹고 녹을 먹는 동안에는 일체 다른 영업을 중지하는 청백리다. 일등 청백리는 하던 농사도 같은 농산물을 길러 팔아 먹고사는 백성들을 침해한다고 하여 뽑아버렸다고 한다. 녹만 먹되, 해먹고 살아오던 영업은 계속하는 것이 2등 청백리요, 녹 이외에 관습적으로 해먹던 것을 답습은 하되, 새롭게 해먹을 것은 창출하지 않는 것이 3등 청백리다.

청백리 공인을 요구하는 것은 채근담에서 이야기하듯이 ‘공정하기만 하면 명확한 판단이 서고, 청렴하기만 하면 위엄이 생긴다’는 논리와 연계된다. 지도자들이 위엄이 없으면 국가와 사회에 대한 신뢰가 무너지고 신뢰가 무너지면 국가와 사회가 나아갈 방향을 잃게 되기 때문이다.

이와 유사하게 서양에서는 사회적 신분이 높은 사람이 가져야 할 도덕적 의무로 노블리스 오블리제(noblesse oblige)를 이야기한다. 사회적 신분이 높은 사람은 일반인들이 갖는 도덕적 의무보다 높은 수준의 도덕적 의무를 갖고 솔선수범하는 모습을 가질 것을 요구한다.

지금 우리 사회에서는 노블리스 오블리제가 아닌 3등 청백리도 하지 않는 짓거리로 시끄럽다. 몇 년 동안 시끄럽게 하고 있는 조국 사태를 비롯하여 지금 대권을 잡겠다는 부인들에 이르기까지 공적인 돈과 권한을 사적 이익을 위해서 사용하고 사용하겠다는 이야기들이 끊임없이 반복되고 회자하고 있다.

이러한 문제가 복제되어 반복되는 가장 큰 이유는 사인주의로 문제가 되었던 지도층이 또다시 국회의원이 되고, 정권의 하수인이 되어 다시 소리 없이 권력의 지위에 오르는 것을 보통사람들이 한마디 형식적인 사과로 용인하기 때문이다.

국가의 발전 정도를 보면 경제적으로 후진국일수록 정치적으로 비민주적일수록 지도층과 그 친인척의 권력은 증가하고 그 권력이 사익을 위해서 사용되고 있다.

그 고리를 끊지 않는 한 우리의 발전은 허상이 될 것이다. 이것을 끊을 수 있는 것은 깨어있는 사람이 많아지는 것이다. 그렇지만 지금 대권 주자 부인들의 문제에 대하여도 그럴 수 있는 것이라는 생각들이 더 많은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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