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북연구원 연구위원

 

[충청매일] 바야흐로 대통령 선거철이 되었다. 늘 선거철만 되면 누구를 뽑을까 고민하고, 내가 지지하는 사람과 다른 후보를 지지하는 이들과의 신경전이 펼쳐진다. 그중에서 대통령 선거는 가장 치열하다. 지난 설 명절에도 많은 친족들이 지지하는 후보를 두고 다투었을 것이다. 필자의 집도 예외는 아니다. 한 집에 살고 있는 장인어른과 필자는 다른 입장이라 늘 긴장감이 돈다. 그래서 아내는 집에서만큼은 정치 얘기를 하지 말라고 강력한 중재(?)안을 제시했고, 평화를 위해 지키려고 노력하고 있다.

어느 정당, 어느 후보를 지지하든간에 누군가를 선택하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이다. ‘나’라는 자신을 생각해도 잘 알지 못하는 부분이 많은데, 한 번도 만나지 않은 사람을 언론이나 지인의 말만 듣고 어떻게 알겠는가? 사람을 보지 말고 공약을 보라고 하는데, 공약이 어떤 내용인지 구체적으로 알려지지 않은 후보가 더 많다. 어떤 후보는 ‘떨어지면 지키지 않는 것이 공약’이라는 아주 고약한 말도 한다. 그럼에도 우리는 한 명을 선택해야 한다. 그 기준은 무엇이 되어야 할까?

어떤 이는 그 사람이 걸어온 길을 보라고 한다. 어떤 배경에서 자랐으며, 어떻게 성장했는지, 성인이 되어 무슨 선택을 해 왔는지, 정치인이라면 어떤 주장을 했고 실천해왔는지를 보고 판단하라고 한다. 지금, 대통령 후보로서 하는 말은 대부분 미래에 대한 약속이고, 선거를 이기기 위한 것이기에 상황에 따라 또는 본인의 의지에 따라 지키지 않을 수 있다. 선거 공약만으로는 판단하기 어렵다. 그러나 그가 걸어온 길을 보면 향후 어떤 결정을 할 것인지는 가늠할 수 있을 것이다.

필자는 여기에 추가로, 후보의 인간적 성숙도를 선택의 기준으로 삼는다. 성숙(成熟)은 생물의 발육이 완전히 이루어진 것을 말하며, 몸과 마음이 자라서 어른스러워진 사람을 뜻하기도 한다. 성숙한 사람의 여러 특징 중의 하나는 자신이 완전한 존재가 아니라는 것, 즉 미숙하고 부족한 점이 있다는 것을 인정한다는 것이다. 누군가 부족한 부분을 지적하면 우선 인정하고 잘못을 구한다. 그런 후에 부족한 부분을 설명하고, 타인의 조언에 귀를 기울인다.

반면, 미숙한 사람은 자신을 지적하는 것에 대해 쉽게 인정하지 않는다. 여러 가지 변명 또는 그 지적이 잘못됐다는 반론이 먼저 나온다. 때로는 지적하는 상대를 공격하기도 한다. 화를 내기도 하고, 간접적인 복수를 하기도 한다. 상대와 관계를 끊는 사람도 의외로 많다.

이런 면에서 필자는 아직도 많이 미성숙한 사람이다. 친한 사람의 지적은 그나마 인정하고 마음에 상처를 덜 받는데, 그렇지 않은 사람들에 대해서는 ‘당신이 잘못 알고 있는 거야’라고 깨우쳐주고 싶은 마음이 앞선다. 그래서 상대의 말이 틀렸다는 증거를 찾아 들이대거나, 때로는 말을 무시함으로써 나를 보호하려고 한다. 이러한 행동은 자신이 부족한 사람이라는 것을 들키고 싶지 않은 부끄러움 때문이다.

가장 어려운 배우자와의 관계에서도 성숙한 태도가 필요하다. ‘당신은 왜 그렇게 자주 약속을 잊어요?’라는 아내의 핀잔에 ‘그래, 맞아요. 내가 생각해도 나는 너무 잘 잊는 것 같아. 그래서 난 당신이 꼭 필요한가 봐요’라는 무장해제 대화는 불안했던 긴장을 일 순간 해소하는 유용한 방법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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