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지디제라티 연구소장

현재까지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직지’는 고려말 1377년에 청주목에서 금속활자로 출판되었으나, 600여년이 1985년에 간행장소인 흥덕사지가 발굴되었다.

이듬해 사적지로 지정된 그 자리에 1990년 관리사무소를 설치하고, 1992년 박물관을 개관하면서 ‘흥덕사지관리사무소’로 출발하였다. 그리고 12월 문화관광부에 등록신고를 한 후 1993년 7월 ‘청주고인쇄박물관’으로 명칭이 사용되었다. 1994년 8월에는 충북도 소속에서 청주시로 이관되었으며, 이제 국립박물관 승격의 일만 과제로 남아 있다.

이번 박물관 이름 변경은 권위 있는 전문가에 의해 지어진 이름을 시대에 뒤떨어진다는 청주시의회의 제안으로 개명하려 하였지만 차라리 하지 않은 것만 못하게 된 상황이다.

청주고인쇄박물관 이름은 2014년부터 ‘한국인쇄박물관’으로 개명하려다 합의도출에 실패하였고, 2016년 9월에도 시의원의 제안으로 ‘직지박물관’으로 개명을 시도했으나 현재의 ‘청주고인쇄박물관’으로 결론이 이미 났었다. 그런데 2021년 같은 전제 상황에서 시민 공모라는 여론을 동원하여 6개 문제에서 하나의 정답을 찾는 시험방식을 도입하려다 오히려 더 곤란한 지경에 처하여 현재 보류된 상황이지만 더 이상 거론되는 일이 없었으면 한다.

전문박물관 이름은 전문가들의 충분한 학술적 담론이 전제되어야 한다. 그리고 치명적인 콤플렉스가 없는 한 설립 당시 작명을 한 분의 의도를 존중함이 마땅하다고 생각한다. 일반 박물관이나 지역 향토 박물관은 시민 공모에 의해 아름다운 이름으로 선정되는 것이 시대적 추세다. 그러나 전문박물관은 전문가에 의한 명칭선정위원회를 설치하여 진행하고 여론은 참작만 하되 적극 수용은 바람직하지 못하다.

현재 ‘직지’가 많이 알려졌다고는 하지만 청주권만 벗어나면 다른 지역에서는 그다지 알려지지 않았다는 사실을 인지해야 하며, 정치적인 압력이 개입이 되어서는 더욱 더 안 된다. 명칭 개명보다 하루 아침에 새로운 정보가 생성되는 첨단사회에서 박물관의 위상을 높이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이름 변경과 같은 소소한 문제로 자칫 종교적 갈등과 많은 행정력을 소모하는 운영방식을 벗어나야 한다. 전문박물관으로 거듭나기 위해서는 현재의 시 소속에서 국립으로 승격함과 동시 임기 말의 비전문직이 잠시 머물다가는 관장 직제를 개방형으로 전환하여 우수한 인재를 영입하여야 함이 시급하다.

미래의 박물관은 다양한 디지털 테크놀로지 활용으로 경제적 가치를 창출할 효율적인 기능까지 동반되여야 한다. 또한 지역사회 공동체의 다양한 목소리와 요구에 대응하는 사회 참여적 문화를 반영하여야 한다. 이에 부응하기 위해 프로그램 개발과 전시를 비롯하여 운영 전반에 획기적인 실천 방안이 마련하여 향후 변화에 대응하여야 한다.

청주고인쇄박물관 명칭 변경은 2019년 1월부터 3년여에 걸쳐 추진했으나 시민 공감대를 얻지 못함은 물론, 추진 과정에서 많은 문제점을 노출시켰다.

그래서 원점에서 다시 대책을 세운다는 것은 ‘말짱 도루묵’이 될 게 뻔하다. 관련 기관은 여론에 휘말려 행정력 낭비를 할 것이 아니라, 미래로 성장하는 박물관의 앞날을 생각하여 전문 영역에 밀접한 활동을 더욱더 구상할 것을 제안하고 싶다.

또 인류문화유산인 ‘직지’를 지역중심주의 아집에서 벗어나지 못한 자중지란이었는지 되돌아보고 ‘직지인심’의 본성을 찾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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