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전 번역가

 

[충청매일] 기원전 235년 전국시대. 곽개는 상인 출신으로 조(趙)나라의 재상에 오른 입지전적 인물이다. 위로는 아첨과 아부가 뛰어났고 아래로는 탐욕이 많은 자였다. 그 무렵 염파는 조나라의 대장군이었다. 신묘한 책략으로 강대국 진나라의 공격을 여러 차례 막아냈다. 이에 진나라에서는 방법을 달리하여 염파를 제거할 음모를 꾸미게 되었다. 이때 진나라에서 곽개를 선정해 다음과 같이 평하였다.

“곽개는 탐욕이 많으니 큰 이익을 얻는 것이라면 조나라도 배신할 사람이다.”

그래서 진나라에서 몰래 곽개에게 사람을 보내 수천 금을 전달하였다. 황금을 본 곽개는 눈이 휘둥그레졌다. 자신이 지금까지 모은 재산보다도 몇십 배나 많은 재물이었다. 곽개는 바로 공손해졌다. “분부하시는 대로 따르겠습니다.”

그날로 곽개는 조나라 효성왕을 설득하였다.

“진나라는 염파 장군보다 우리의 젊은 장수 조괄을 더 두려워합니다. 하오니 대장군을 조괄로 바꾸시면 진나라가 다시는 쳐들어오지 못할 것입니다.”

효성왕은 처음에는 믿지 않았다. 하지만 신하들까지 나서서 곽개의 의견을 주장하자 결국은 이에 동조하고 말았다. 염파는 즉각 해임되고 젊은 장수 조괄이 대장군에 올랐다. 염파는 위나라로 망명하였다. 그러자 다음날 진나라가 대군을 몰고 쳐들어왔다. 장평 전투에서 조나라 45만 대군이 하룻밤에 몰살당하는 대참극을 당하고 말았다.

이어 진나라는 위나라를 침공하고자 했다. 그러자 위나라 도양왕은 염파를 장군으로 임명해 진나라를 막을 생각이었다. 그래서 신하 근신을 보내 염파의 동정을 알아보도록 했다. 근신은 조나라 곽개에게 매수된 자라 이 상황을 보고하였다. 그러자 곽개가 뇌물을 주면서 귓속말로 속삭였다.

다음날 근신은 염파를 만나 식사를 하면서 안부를 물었다. 그런데 염파가 그 자리에서 열 근의 고기를 먹어치우는 것이었다. 이어 말을 타고 달려나가 창을 휘둘러 보이는데 그 기력이 가히 천하장사였다. 근신은 놀라서 돌아왔다.

도양왕이 물었다. “그래, 염파 장군의 기력은 어떠한가?”

근신이 대답했다.

“염파 장군은 많이 늙으신 것 같습니다. 저와 식사를 하면서 세 번이나 오줌을 누러 가셨습니다. 하오니 군사를 거느리기에 부족하다고 하겠습니다.”

근신은 염파를 쓸모없는 늙은이로 만들어버렸다. 한편 염파는 근신이 돌아간 후에 왕의 호출을 기다렸다. 하지만 몇 날을 기다려도 아무런 소식이 없었다. 염파는 결국 단념하고 말았다. 타국에서 쓸쓸히 병을 앓다가 생을 마감하였다. 이후 조나라와 위나라는 진나라의 공격에 힘 한번 써보지도 못하고 망하고 말았다. 이는 사마천의 ‘사기(史記)’에 있는 이야기이다.

이천역일(移天易日)이란 하늘을 옮기고 해를 바꾼다는 뜻이다. 권력자의 비공개 핵심 측근이 되어 자신의 이로움을 위해 사실을 왜곡하는 행태를 의미한다.

국가는 망하고자 하면 매국노가 판치고 흥하고자 하면 희생과 헌신하는 이들이 많은 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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