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인/ 청주민예총 사무국장

 

청주에 정착한 지도 30년이 넘었다. 모교인 청석고등학교 주변도 몰라보게 변하였고 청주와 청원이 통합된 후 도시도 많이 커졌다. 유년의 기억은 없지만, 청주는 나의 제2의 고향이고 삶의 공간이다.

내가 사는 공간에 관한 관심은 몇 년 전 무심천에 대한 시선에서부터 시작되었다.

청주시를 관통하는 유일한 물줄기인 무심천은 속리산에서 시작하는 한남금북정맥에서 발원한다. 한남금북정맥은 천황봉에서 보은 내북면 구봉산을 지나 미원 낭성 추정리~국사봉~선두산~선도산~상당산성~구녀산을 지나 증평 좌구산을 거쳐 안성에서 금남정맥과 호남정맥으로 갈라진다.

무심천의 발원지 중 하나인 추정리 고개에서 동쪽으로 흐르는 물은 달천을 지나 남한강으로 흘러가고 서쪽으로 흐르는 물은 무심천으로 흘러 미호천이 된다. 무심천 지류 대부분이 상당구와 청원구에 분포하는 이유도 한남금북정맥 때문이다. 

선두산에서 발원한 한계천과 월운천, 낙가천, 영운천, 명암천, 율량천, 발산천 등이 무심천의 대표적인 지류이다.

낙가산과 것대산에서 뻗어 나온 줄기는 용정동 호미골~금천동 팔각정 공원~중고개~뉴타운아파트~영운공원으로 이어진다. 상당구와 청원구 지역 대부분이 산맥이 뻗어놓은 줄기들 사이에 마을을 형성하고 산다. 상당산성에서 뻗어온 우암산에서 발원한 물줄기도 많은데 대부분 복개도로 아래로 흘러 무심천으로 간다.

가덕에서 보은 회인으로 넘어가는 피반령 정상은 청주와 보은의 경계이다. 피반령 고개는 한남금북정맥의 팔봉지맥으로 가덕산~항공기술훈련원~남이면 용덕산~팔봉산을 거쳐 강내면으로 이어진다. 남이면에서 척산으로 가는 고갯마루에서 물줄기가 갈라진다.

척산천은 금강으로 직접 흐르고 동동천은 대청호로 흐른다. 반면 화당리 동화사 앞 계곡은 무심천으로, 남이초등학교로 흐르는 물은 미평천으로 흘러 무심천과 합류한다. 미평천은 분평주공사거리에서부터 복개도로 아래에 묻혀 무심천 합류 지점에서나 모습을 드러낸다.

팔봉지맥은 용덕산에서 석판리 망월산~세광고~구룡산~모충고개~시계탑 방향으로 또 다른 지맥을 만든다. 이런 지형 때문에 가경천과 석남천은 무심천이 아닌 미호천으로 바로 합류한다. 말하자면, 용암동에서 가경동을 가기 위해서는 물을 건너고 산을 넘어야 하는 먼 길이다.

사실, 산줄기나 물줄기를 알아야 할 이유는 없다. 그러나 인류의 오랜 역사는 물을 중심으로 살아왔다. 물길을 중심으로 마을이 형성되고 사회가 형성되었다.

물길을 따라 역사문화가 남아 있고 사람의 냄새가 살아있기 때문에 물길을 따라 걷는 일이 아무 가치 없는 일은 아닐 것이다.

수박 겉핥기식이었지만, 지난 2년 무심천과 지류를 애정 어린 시선으로 바라봤다면, 올해는 무심천 상류에 대한 인문학적 성과를 얻는 것이 목표이다.

늘 새해 목표는 작심삼일로 끝나는 경우가 많지만, 내가 청주에 사는 동안 언젠가는 이뤄지리라 믿는다.

 

SNS 기사보내기
기사제보
저작권자 © 충청매일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