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교통대학교 행정학부 명예교수

범 내려온다. 범이 내려온다

송림 깊은 골로 대한 짐승이 내려온다

‘범 내려온다’는 얼터너티브 판소리 밴드 이날치가 불러서 우리 소리의 새로운 모습을 보여주었다.

범 내려온다는 판소리 수궁가에서 용왕의 병을 낫게 하려고 육지로 토끼의 간을 얻으러 온 별주부가 난생처음 본 육지를 구경하던 중에 여러 날짐승이 모여서 자기가 왕이라면서 상좌에 앉겠다면서 싸우는 장면을 보여주고 있다.

먼저 온갖 날짐승이 모여들어 상좌 다툼을 한다. 봉황새, 까마귀, 부엉이가 서로 상좌는 자기 것이라고 한다.

다른 한편에는 온갖 길짐승이 나와서 상좌 다툼을 하는 데, 코끼리, 사자, 곰, 다람쥐, 잔나비, 여우, 너구리, 노루, 사슴, 승냥이가 서로 이유를 붙여서 자기가 왕이라고 한다.

그 와중에 수궁가의 주인공 격인 토끼가 깡창 뛰어 나와서 한나라 광무 시절 이야기를 하며 자기가 상좌에 오르겠다고 한다.

‘범 내려온다’는 이 상좌 놀이 마지막에 호생원이란 말을 듣고서 호랑이가 내려오는 대목을 이날치가 현대적으로 편곡하여 많은 사랑을 받았다. 실제로 동물 세상에서 누가 제왕의 자리에 앉을 수 있는지는 모르나 서양에선 라언온 킹으로 사자를 올리고 있지만, 동양문화권에서는 용(龍)을 군왕의 상징으로 부르나 용호상박(龍虎相搏)이라고 하여 호랑이를 같은 지위로 올리고 있다. 이에 의하여 호랑이를 백수의 제왕으로 부르기도 한다.

동물 행태학적으로 호랑이는 주로 혼자서 생활을 하고 자기 영역에 대한 집착이 매우 강하다고 한다. 이에 인도에서 호랑이 생태를 연구한 바로는 호랑이가 자신의 영역을 강하게 지키기 때문에 같은 형제자매도 경쟁을 통하여 쫓아내고 심지어 자기 낳은 엄마 호랑이도 딸이 몰아내는 것이 확인되었다고 한다.

이러한 행태로 서양에서는 절제하지 못하는 권력의 남용을 호랑이로 표현하는 등 부정적인 이미지가 가하다고 한다. 반면에 우리에게는 단군신화부터 시작하여 호랑이 이야기는 대부분 긍정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다.

2022년 임인년은 호랑이해이다. 또한, 정치적으로 한 나라의 왕이라고 할 수 있는 대통령을 선출하는 해이다.

지난 19대 선거에서는 대통령 선거에 13명이 최종 등록을 했고, 20대 선거에서는 현재 이름을 내밀고 있는 사람이 30여 명에 이르고 있으니 수궁가의 상좌 싸움보다 등장하는 대상이 많다.

그 면면을 보면 토끼처럼 임기응변이 능한 사람, 자라처럼 세상 물정 모르는 사람, 곰처럼 떨어질 줄 알고 우직하게 출마하는 사람, 말 타고 출정하는 사람, 늙은 잠용과 다람쥐나 노루처럼 이름만이라 알리겠다는 사람에 이르기까지 요지경 속이다.

여기에 호랑이 위세를 빌려서 호가호위(狐假虎威)하려는 여우까지 어우러지니 선거판이 조지 오웰의 동물농장에 버금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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