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교통대학교 행정학부 명예교수

2021년 신축년 한 해를 교수신문은 한 마디로 묘서동처(猫鼠同處)로 표현하고 있다.

곡식을 훔쳐먹는 쥐와 쥐를 잡아먹는 고양이가 한통속이 되어 사회를 어지럽게 한 해라는 의미이다. 2020년 선정한 내로남불하는 아시타비(我是他非)보다 한 단계 높아져서 가진 사람들이 결탁하여 함께 사회를 혼란스럽게 한 일 년이다.

이런 혼란스러운 시기에는 힘없고, 가지지 못한 사람들은 그저 한숨을 쉬고 가슴으로 삭일 수밖에 없다. 지난 일 년 코로나19로 일터를 접은 사람, LH와 대장동 사건으로 상대적 박탈감을 가진 사람, 영끌로 혼이 나간 사람, 코로나19로 병원 문턱을 넘지 못한 사람에 이르기까지 사는 것이 힘든 사람들을 보듬어 주어야 할 사람들이 더 많이 가지겠다고 묘서동처하였다.

삶에 화가 축적되어 감당하지 못할 정도로 크면 살(煞)이 되고 응어리지면 원(怨)으로 사무치게 된다. 이에 혼돈의 세월에 세모가 되면 우리 조상들은 마을이나 고을 단위로 그 원의 매듭을 푸는 살풀이나 해원(解怨) 굿을 벌여서 오뉴월에 서리를 내리게 하는 한을 풀고자 하였다. 최근에는 그 굿판이 축제가 되어 한 해를 마무리하고 새해를 맞이하였다. 그러나 코로나19로 해넘이 해맞이 축제로 그 액운을 떨칠 기회마저 잃어버리고 있다.

살과 원은 사람과의 관계에서 만들어진다. 그 살과 원을 스스로 풀기 위해 그리스 정교에서는 연말이면 가족이나 친지들이 모여 한 해 동안 저지른 마음의 가책을 고백하는 망년성사(忘年聖事)의 풍습이 있다고 한다.

이와 관련하여 도스토예프스키 작품에 나오는 다음과 같은 망년성사 이야기가 있다.

도벽이 있는 한 백작이 친지 집 가정음악회에 초대되어가 3루블짜리 지폐를 슬쩍한 일을 고백한다. 그 때문에 그 집에 고용된 고아 소녀가 혐의를 받고 추운 겨울날 추방당했다.

이에 백작은 눈만 감으면 그 소녀의 원망하는 눈매가 떠올라 불면증에 걸렸고, 그 고통은 3루블 아닌 300만 루블로도 치를 수 없는 것이 되었다고 쓰고 있다.

우리에게 망년성사와 같은 습속이 있다면 묘서동처하여 다른 사람들에게 한을 가지게 한 사람들은 어떠한 고백을 할지 생각해 보지만, 아마도 그들은 자신이 더 억울하고, 운이 없어서 법과 여론 심판을 받게 되었다고 원망하고 때로는 한을 품을지도 모를 일이다.

교수신문이 올해의 사자성어를 선정하는 과정에서 2위에 오른 ‘사람과 말이 모두 지쳐 피곤하다’는 인곤마핍(人困馬乏)의 해이기도 하다. 2년을 끌고 있는 코로나 시대로 지쳐있고, 국민들이 인간다운 삶을 영위하게 하고 상호 간의 이해를 조정하고 사회 질서를 바로잡는 일을 해야 하는 정치가 묘서동처하여 국민의 희망을 잃어버리게 하였다.

2022년 임인년(壬寅年)에는 이 모든 어려움에서 새롭게 되는 고진감래(苦盡甘來)의 세월이 되었으면 하는 세모의 바람을 가져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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