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전 번역가

기원 600년, 수나라 초대 황제 문제(文帝)는 한 가지 독특한 점이 있었다. 이전의 왕들과 달리 아내인 독고 황후와 정치를 자주 논의했다.

이는 아내가 똑똑하고 판단력이 좋다고 여겼기 때문이다. 사실 그녀의 결정으로 왕실의 사치가 줄었고 법이 엄격해졌다. 이후 그녀는 황제를 독점하게 되었다.

문제는 황제치고는 후궁이 없었다. 슬하에 다섯 아들이 모두 독고 황후에게서 낳은 자식들이다. 한 번은 문제가 몰래 한 미인을 궁중에 들였다.

아무도 모르게 연애를 즐겼다. 그런데 문제가 외출한 사이에 독고 황후가 어떻게 알았는지 이 미인을 잡아 죽였다. 궁궐에 돌아온 문제가 미인이 죽은 걸 알고 크게 낙심하였다.

상심이 너무도 커서 말을 타고 홀로 궁궐을 나왔다. 무작정 가다 보니 말이 산길을 걷고 있었다. 신하들이 급히 뒤쫓아와서 아뢰었다.

“폐하, 무슨 일로 상심하신 것입니까?”

그러자 문제가 통탄하며 말했다.

“나는 천하를 소유했다. 하지만 여자 하나 내 맘대로 가지지 못한다. 이것이 황제란 말이냐!”

문제가 궁궐에 다시 돌아오자 황후가 사과함으로 겨우 수습되었다. 하지만 독고 황후의 최대 실수는 문제의 후계자 결정이었다.

그녀는 태자에 봉해진 장남 양용보다 둘째 아들인 양광을 더 사랑했다.

이는 태자가 모친의 말을 어기고 많은 여자를 두었기에 싫어했다. 반면에 둘째 양광은 모친 앞에서 늘 온유하고 검소하고 여자를 멀리하였다.

사실은 태자보다 더 많은 여자를 거느렸으면서 말이다.

마침내 독고 황후가 태자를 바꿔야 한다고 결정을 하였다. 그러자 황후 편에 있던 신하들이 그날부터 태자를 참소하고 비리를 낱낱이 고하였다. 문제는 어쩔 수 없이 아내의 결정에 따랐다.

결국은 태자를 폐하고 양광을 새로운 태자로 세웠다. 이때 문제가 점술가를 불러 양광의 운수를 물었다. 그러자 점술가가 대답했다.

“역사상 최고의 명군이 되실 겁니다.”

하지만 양광은 모친이 죽자 정체를 드러냈다. 우선 부친을 살해했고 형을 자결하도록 했다. 그리고 수 양제의 자리에 올라 많은 여자를 거느렸다. 특히 문제가 소중하게 여기던 후궁 선화부인을 범하기까지 했다.

이후 수나라는 급격히 기울었다. 만리장성을 새롭게 쌓았고 북경에서 항주까지 대운하를 공사하였다. 이에 백성들의 불만이 하늘을 찔렀다. 이런 까닭인지 양광은 고구려 원정에서 실패하고 부하의 손에 비참한 죽음을 맞이했다. 그리고 수나라는 더 이어지지 않았고 두 세대만에 멸망하였다.

일도양단(一刀兩斷)이란 칼로 내리쳐서 두 동강을 낸다는 뜻이다.

단호함이나 신속함 이런 좋은 의미보다는 행동을 머뭇거리지 않고 선뜻 결정하여 문제를 크게 일으킨다는 나쁜 의미로 주로 쓰인다.

어떤 일을 결정하기 전에 충분한 고려와 숙고를 거쳐야 한다. 그리고 결정한 다음 상황을 대비하는 것이 필요하다.

감정에 치우쳐서 대책 없이 내리는 결정은 항상 망하는 지름길임을 명심하라.                                                       aionet@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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