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북연구원 연구위원

요즘 대통령 선거와 관련하여 정치권에서 유행하는 말은 단연 내로남불이다. 정치권에서의 로맨스와 불륜을 구분하는 사회적 기준이 없기에 더욱 횡행하고 있다.

이성간의 사랑 관계에서 쓰이던 단어가 이제는 범죄행위에도 적용되고 있고, 법적인 문제는 아닐지라도 상대를 공격하기 위한 수단으로 너무 쉽게 사용된다. 무엇이 옳고, 그른지에 대한 가치판단이나 자기 주장에 대한 일관성의 검토도 없이….

환경문제에서도 내로남불과 비슷한 쓰임새로 사용되는 단어가 님비(NIMBY: not in my back yard)현상이다. 님비는 사회적으로 필요성은 인정되지만 ‘내 뒷마당에는 안 돼’라고 주장하는 것을 말한다. 생활에서 배출되는 쓰레기는 어떻게든 처리해야 하며, 재활용하지 못하는 쓰레기는 매립이나 소각으로 최종 처분한다. 이때 필요한 시설이 매립장이고 소각장인데, 이 시설은 누구나 ‘내 뒷마당’에는 꺼리는 시설이다. 공공하수처리장, 가축분뇨처리장, 화장장, 장례식장 등도 그러하다.

이런 님비현상은 작은 규모의 공동체보다 시·군 단위 이상의 공간적 범위가 큰 공동체에서 심하게 나타난다. 공동체 안에서 누군가가 짊어져야 할 것이라면 내가 솔선수범할 법도 한데, 이것이 경제적 재산권과 연결되거나 건강에 직접 영향을 줄 경우는 문제가 달라진다. 주민의 의사결정과정이 발달한 선진국일수록 이런 님비현상으로 발생하는 갈등을 조정하고 협의하는 과정이 매우 길다. 쓰레기매립장 건설을 위한 주민 협의 과정이 5년 이상 걸리는 사례가 대부분이다. 의미 없는 긴 시간이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시설을 받아들이는 공동체에는 매우 소중한 치유의 기간이다.

모두가 기피하는 시설을 떠안은 지역의 주민들은 시설 자체의 영향보다는 속상함이라는 심리적인 충격을 받아들이는데 힘들어한다.

그래서 주민의 심리적 충격을 해결하는 시간이 반드시 필요하다. 그런데 기피시설을 추진하는 쪽의 사람들은 그 심리적 영향을 대수롭지 않게, 또는 경제적 보상으로 쉽게 해결할 수 있다고 착각한다. 이것이 더 큰 갈등을 불러온다. 님비를 단순한 내로남불로 볼 수도 없다.

환경관련 기피시설의 입지분석 과정에서, 사업을 시행하는 주체(주로 기업이나 정부)가 마땅히 공개해야 하거나 충분히 분석해야 하는 사항을 어물쩍 넘어갔던 경험이 사회적 님비현상을 부추이기도 한다. 제천시와 단양군 상수원 인근인 강원도 영월군 한반도면에 계획되고 있는 사업장폐기물매립장은 여러 가지로 불투명하고 의문투성이다. 지반이 약하고 물에 잘 녹아서 동굴이나 씽크홀이 생기기 쉬운 석회암지대에 굳이 위험성이 큰 매립장을 건설하려는 것이다.

매립장 침출수가 누출될 경우 순식간에 석회암지대로 덮여있는 단양군의 지하수가 오염될 것이라는 것을 쉽게 예측할 수 있는데도 말이다. 당연히 석회암지대에 건설해서는 안 된다. 그렇다면, 그 많은 쓰레기를 어디에서 처리해야 할 것인가? 라는 숙제가 남게 된다. 어디에선가는 매립해야 할 우리의 쓰레기를 받아줄 사람은 누구란 말인가?

쓰레기 처리에 대해 별 고민 없이 오늘 하루를 편안하게 보냈다면, 이 편안함은 쓰레기 처리시설을 감당하고 있는 누군가의 희생 덕분이며, 이 사실을 잊지 말고 감사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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