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기 충북도 교통철도팀장

 

[충청매일] ‘기찻길’은 어떤 의미일까? 아마 대부분 사람은 낭만적인 여행을 생각하게 될 것이다. 미지의 세상을 달려가는 야간열차 안에서 사이다와 찐 달걀을 먹던 경험은 누구나 가지고 있다. 기찻길은 동경과 추억, 기대와 희망이다.

2021년이 저물어 가고 있는 요즘, 한 해를 되돌아보며 가장 먼저 떠오른 단어는 ‘기찻길’이 아닐까 싶다. 새로운 기찻길을 찾기 위해 올 한 해 얼마나 정성을 들였던가? 10년 단위 철도건설계획인 제4차 국가철도망구축계획에 새로운 노선을 담기 위해 충북도정이 집중된 한해였다.

4월 공청회에서 발표된 초안에 충청권광역철도망(대전∼세종∼충북)과 수도권내륙선(동탄∼청주공항) 등 6개의 신규노선이 반영되는 역대급 성과가 있었지만, 청주도심이 연결되지 않는 노선안으로 발표되는 바람에 빛을 바랬다. 충북도민은 좌절하지 않고 새로운 도전을 시작했다. 거리에는 도심통과노선을 지지하는 현수막이 빼곡히 걸리고, 청와대와 국토부에는 1인 시위가 이어졌다. 옛 철길이 있던 곳에서는 삼보일배와 종교계·경제계·여성계 등 수많은 단체의 성명도 이어졌다. 55만명이 지지서명을 하고, 청와대국민청원에는 6만5천명이 참여했다. 충북지사와 지역인사들은 정치권과 중앙부처 문턱이 닳도록 누볐다. 불가능할 것만 같았던 도심통과 노선은 결국 최종 정부계획에 충북선 활용안과 동시에 반영되었고, 경제성과 지역발전 영향 등을 검토해 노선을 결정하는 것으로 확정됐다. 충북도민의 위대한 승리였다. 노선 확정을 위해 국토부가 사전타당성 용역을 수행하고 있지만, 수요나 균형발전, 충청권메가시티 등을 감안하면 도심통과 노선으로 확정될 가능성이 훨씬 크다.

철도는 미래산업이다. 도시가 커질수록, 소득이 올라갈수록, 환경에 대한 관심이 높아질수록 철도수요는 늘어난다. 철도예산은 이미 도로예산을 앞질렀고, 급격히 발전되는 철도의 속도와 안전성, 정시성으로 인해 철도투자는 더욱 확대될 전망이다. 철도는 승용차보다 20배 안전하며 온실가스 배출량은 승용차의 9분의 1, 항공기의 6분의 1에 불과해 그린뉴딜 정책과도 맞아떨어진다.

충북은 그동안 철도에 집중한 결과 철도 르네상스에 접어들고 있다. 중앙선과 중부내륙선이 개통돼 KTX가 운행을 시작하고, 충북을 종단하는 충북선 고속화사업은 기본계획 마무리 단계며, 천안∼청주공항 전철사업은 최적으로 사업계획을 조정해 곧 실시설계에 들어갈 예정이다. 대전∼옥천 광역철도는 내년에 설계에 착수하고, 고속철도 용량을 두 배로 늘리는 평택∼오송 경부고속철도 2복선사업은 시급성을 감안해 일괄입찰로 추진중이다. 국가철도망구축계획에 반영된 대전∼세종∼충북 광역철도와 동탄∼청주공항 광역철도, 충청권광역철도 2단계(신탄진∼조치원) 사업도 절차를 진행중에 있다.

충북은 대폭 확충되는 철도와 함께 철도산업의 세계적인 중심지로 도약을 준비한다. 철도산업은 거대한 시스템 산업이다. 고속철도 차량에는 3만5천여 개의 부품으로 구성되어 산업생산유발 효과가 크며, 부가가치 유발효과도 조선이나 항공보다도 높다. 오송에는 철도종합시험선로 등 세계적인 철도 R&D 시설이 조성돼 있다. 정부는 이를 바탕으로 철도강국으로 거듭나기 위해 연구시설, 국가산단, 인재육성, 물류, 거버넌스 등이 집적된 철도클러스터 조성을 위한 용역에 착수했다. 충북도는 철도클러스터와 연계해 세계철도산업엑스포를 개최해 오송을 동아시아 최고의 철도단지로 육성할 야심찬 계획도 마련했다. 앞으로 철도는 안전하고 편리하게 세상을 잇고, 철도산업은 충북의 미래를 여는 황금알 산업으로 성장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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