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교통대학교 행정학부 명예교수

동서고금에 보면 혀로 내뱉는 경솔한 말에 대한 이야기가 많다. 논어(論語) 안연(顔淵)편에서 공자는 ‘어진 사람은 말을 신중하게 한다’고 하면서, 말과 관련하여 ‘네 마리 말이 끄는 빠른 수레도 혀를 따라가지는 못한다(駟不及舌)’고 하고 있다.

명심보감은 “입은 사람을 찍는 도끼요. 말은 혓바닥을 베는 칼이니 입을 닫고 혀를 깊이 감추라 그러면 몸이 어디 있든 편안하리라”라면서 말의 무서움을 가르치고 있다.

유대인의 지혜를 모아 놓은 탈무드에 보면 어느 랍비가 하인에게 시장에 가서 가장 맛있는 것을 사오라고 시켰다. 그러자 하인은 시장에 가서 혀를 사왔다. 며칠 뒤에 라비는 다시 하인에게 시장에 가서 가장 맛없는 것을 사오라고 시키자 그 하인은 전과 같이 혀를 사왔다.

이에 랍비가 “너는 내가 가장 맛있는 것을 사오라고 했을 때 혀를 사왔고, 가장 맛없는 것을 사오라고 시켜도 혀를 사온 까닭이 무엇이냐? 이에 하인은 “혀는 아주 좋으면 그보다 좋은 것이 없고, 또 나쁘면 그보다 나쁜 것이 없기 때문입니다”라고 답했다고 한다.

한 장사꾼이 장터에서 “인생의 비결을 살 사람 없습니까?"라고 외치고 다녔다. 온 동네 사람들이 그 인생의 비결을 사려고 모여들었다. 모두 모여들어 서로 자기가 사겠다고 나서자 장사꾼은 말했다. “인생을 참되게 사는 비결이란 자기 혀를 조심해서 쓰는 것이라오.”

능숙한 혀는 개인에 있어서 무기이고 마력과 같아서 ‘한마디 말로 천 냥 빚을 갚는다’고 한다.

반면에 혀는 뼈가 없지만, 뼈를 부러뜨리고, 바보의 혀는 자기 목을 자를 만큼 길다고 한다. 이처럼 혀를 신중하게 사용하지 못하면 재앙이 된다고 가르치고 있지만, 지금 대선판을 보면 대선 주자뿐만 아니라 존재감이 사라진 사람들이 모든 매체를 총동원하여 혀를 놀리고 있다.

근거 없는 사실을 조작해 상대편을 중상모략하거나 그 내부를 교란시키기는 마타도어부터 자기에게 유리한 여론을 형성하기 위한 스핀(spin)과 말에 기교를 부리고 좋은 얼굴을 만드는 교언영색(巧言令色)에 이르기까지 혀를 놀리는 다양한 기법이 동원되어 국민을 혼란스럽게 하고 있다.

수신제가치국평천하(修身齊家治國平天下)하지 못하고 먼저 내 것부터 챙기고, 지인과 친인척을 챙기고, 남은 것으로 치국(治國)하겠다는 모습만 보여주는 대선 정치판에서 개똥과 소똥을 구별하는 것은 혀로 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어질 인(仁)의 덕장을 선출하는 시절이 아니고 대중의 인기가 선거판을 좌지우지하는 시절이기는 하나 한입에 두 혀를 지니거나, 표를 얻기 위해 단순하고 감정에 기반을 둔 포퓰리즘으로 대중을 선동하는 혀나 이분법으로 편을 가르는 혀는 그 혀의 가치에 의하여 결과를 가져올 것이다. 로마 격언에 ‘죽음과 삶이 혀에 달려 있다’라고 하고 있다. 국민의 표는 대선 주자와 그 주변의 존재감 없는 사람들의 혀에 달려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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