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책테라피 강사

내가 생각하는 나, 다른 사람이 생각하는 나, 무엇보다 내가 되고 싶은 나.

나는 어떤 사람인가. 조수경의 ‘나’라는 그림책은 자신에 대한 이야기를 담고 있다.

공부에 지친 아이의 이야기와 삶에 힘겨워 하는 어른이 주인공인 두 책을 마주 놓고 또 다른 한 권으로 엮어 두 세대가 마주 보며 읽게 만들어낸 특별한 편집의 책이다. 하나의 책 속에 한 권의 덤이다.

구성방식은 유년의 나와 장년의 나를 발견하는 방식이다. 유년의 나와 장년의 나는 같은 존재임에도 그때그때 느껴지는 어려움은 왜 어렵게만 느껴질까? 이 이야기에 노년의 이야기가 첨가된다면 더 의미 있겠다는 생각도 해 볼 수 있다. 어른은 어른대로 아이는 아이대로 각각 그들이 처한 어려움이 많고 아이가 느껴야 하는 삶의 무게도 어른 못지않게 무겁고 심각하다고 서로에게 이야기하는 듯하다.

결국에는 서로를 바라보며 어른은 밝고 순수하고 희망으로 가득 찼던 어린시절을 보게 되고 아이는 자신의 미래를 보면서 위로받게 된다. 표지에 나오는 파란 끈은 어른과 아이를 둘러싸고 끊어지지 않는다. 아이와 어른은 다른 존재가 아님을 그 파란 선을 매개로 아이에서 성장한 어른을 보여준다. 아이에게 노출된 여러 어려운 환경에서 파란 선은 보호막이 되어 준 것이다.

그 보호막 속에서 자라 어른이 된 나를 위로하고 힘을 주는 것 역시 파란 끈이다. 힘들었지만 잘 살아낸 것은 유년의 나를 돌아보면서 받는 위로다.

학교로 학원으로 돌다가 지쳐 돌아오면 반기는 건 엄마가 남긴 일정 쪽지뿐. 기운없는 아이에게 나타난 숲길, 그곳에서 만난 아저씨는 공부가 아니어도 가능한 여러 경험들을 하게 해주고 막연한 미래에 대한 두려움도 극복하게 된다. 그리고 언제나 나를 지켜보는 나를 이해하고 언제나 도움을 청할 수 있는 누군가가 있다는 생각에 안심한다. 아이에겐 아름다운 미래를 가져다줄 청신호 같은 파란 끈이다.

맞은 편 이야기는 여러 개의 가면을 써야만 세상을 살아갈 수 있다고 믿던 어른이 같은 과정을 거치며 더 이상 가면을 쓰지 않고 자신의 모습으로 살기로 한다.

얼른 어른이 되어 지금의 어려움에서 벗어나고 싶은 아이, 힘겨운 날들을 피해 어린 시절로 돌아가고픈 어른. 어찌 생각하면 현실도피로도 보일 수 있다. 그러나 그림책 본연의 멋진 해결과 결말이 있다. 나이 들어 보니 결국, 아이 시기 유년시절 청장년 시절의 세월이 모여 노년을 결정한다. 어린 제 힘으로 어쩌지 못했던 어릴 적 시간을 빼면 나는 내가 행한 모든 행동의 결정체이다.

돌아보아 ‘그리 살면 안되었다’ 란 생각은 얼마라도 철들게 산 뒤에야 들 수 있을 것이다. 오래 산 사람에게 귀를 기울여야 하는 이유가 그 시간이 주는 지혜 때문이기도 할지. 지금의 내가 너무 힘들거나 어떤 상처에서 헤어나오지 못할 때 몇년 단위로 자기 삶을 돌아보아 해결책을 찾는 심리치료의 방법을 보아도 유년의 나와 장년의 나는 서로 하나의 존재로 남아있음을 보게 된다.

그러기에 힘들어하는 아이들과 머리를 맞대고 어찌 살아야 먼 미래의 멋진 나로 남을지 나눠보고 실천에 옮겨보면 좋겠다. ‘난 지금 잘 살고 있어. 미래의 나도 분명 멋질 거야’ 확신할 수 있다면 아이는 자라나는 일이 덜 힘겨울까, 그걸 바라보는 어른도 좀 편해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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