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청주우편집중국장/수필가

얼마 전 단골 이발관에서 이발도중 주인의 이발경력 이야기가 나오자 자기는 평생 이발 할 운명이라며 이야기를 이어갔다.

중학교 2학년 때 괴롭히던 선배들과 싸움이 벌어졌는데 상대에게 심하게 상처를 주어 겁이나 그 길로 도망쳐 나온 게 씨앗이 됐다고 한다.

제일먼저 접한 게 구두닦이였는데 장래 전망도 없는데다 힘들고 고달파 도망치려해도 감시가 심해 나가지 못하고 하루하루 보내고 있던 중 어느 날 운 좋게 고향선배 경찰관을 만났다고 한다.

몰래 사정을 이야기 하자 경찰 선배가 두목한데 얘는 데려갈 테니 찾지 말라고 하며 이발소로 취직한 게 50년이 되었다고 한다.

그동안 삶에 대한 심정이 어떠냐고 물으니 고생했지만 아이들 밥 안 굶기며 살았고 어디 다른 직장생활 했으면 지금은 퇴직하고 할 일없이 놀을 텐데 기술이 있어 몸 성할 때까지 일할 수 있으니 좋다고 하여 격려와 맞장구를 쳤다.

필자 역시 공직에 입문하게 된 동기가 운명이라는 생각으로 선친께서 다니기도 했던 우체국에서 40년 공직생활을 하고 정년퇴직했다.

몇 십 년이 지난 지금도 그때 기억이 생생하다.

고등학교 졸업 후 대학진학에 실패하여 잠시 쉬었다 재수할 계획으로 시골에서 부모님과 생활하던 어느 날 갑자기 시내에 나가고픈 충동이 일어 아버지께 돈을 얻어 나갔다. 여느 때 같으면 왜 나가느냐며 사유를 꼬치꼬치 묻고 돈도 달라는 금액보다 적게 주었을 텐데 그날은 묻지도 깎지도 않고 성큼 주셨다.

시내버스를 타고 우암초등학교 앞에서 내리자마자 고등학교 동창 친구를 우연히 만난 게 결정적 직업운명이란 생각을 하고 있다.

이야기도중 친구가 앞으로 계획에 대해 물어 언제 공무원 시험 있다는데 그 시험이나 보고 재수한다고 하니까 원서접수 했냐고 하기에 아직 안한다고 했더니 친구가 오늘이 접수마감일이라고 알려줬다.

그때가 점심때였는데 부랴부랴 학교 다니던 형님 댁에 가 사진을 찾으니 마침 있어 마감시간 30분전에 접수하여 시험보고 공무원이 되어 정년까지 열과 성을 다해 봉직했다. 그 후 친구에게는 간간히 그때 이야기를 하며 지내다가 퇴직 후 청주로 초대하여 다른 친구들과 함께 추억의 시간을 갖기도 했다.

운명은 모든 사물을 지배하는 필연의 힘이며 누구라도 따를 수밖에 없고 예측하기 어려운 절대적인 힘으로 비합리적 초 논리적인 힘으로 작용한다고 한다. 그렇지만 모든 걸 운명이나 팔자로 돌려서는 절대 안 된다. 평소 주위 사람들에게 ‘최선을 다하는 인생이 행복하다’는 말을 자주하고 나 자신 주어진 상황에서 최선을 다하며 살고 있다.

무엇이든 열심히 노력하고 최선을 다할 때 목표를 달성할 수 있지 팔자나 운명 탓하며 쉽게 포기하면 이룰 수 있는 게 하나도 없다.

몇 해 전부터 유행하고 있는 트로트 열풍으로 성공한 가수들을 보면 모두가 어려운 상황에서도 열심히 노력했기 때문에 기회가 왔을 때 찬스를 잡을 수 있었지 그렇지 않았으면 성공하지 못했다. 누구나 살면서 어려운 난관에 부딪히기도 하고 힘에 부칠 때도 있지만 주어진 상황에서 최선을 다할 때 운명이나 팔자도 바뀌고 성장하여 성공할 수 있다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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