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북연구원 연구위원

미호천은 금강유역에서 가장 큰 규모의 지류 하천이다. 그뿐만 아니라 4대강으로 일컫는 한강, 낙동강, 금강, 영산·섬진강 이외에 강(江)으로 불리는 하천들(만경강, 동진강, 섬강, 홍천강, 동강 등)보다 더 큰 규모이다. 그래서 최근 천(川)을 강(江)으로 바꾸자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기도 하다.

규모가 커서인지 바람 잘 날도 없다. 자연환경과 관련해서는 더욱 그렇다. 미호천유역의 물 환경문제는 당연히 그곳에 존재하는 오염원(사람, 산업단지, 가축, 농지 등)에서 기인한다. 환경부가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금강 본류의 세종보를 기준으로 미호천 수질오염 기여율은 80% 이상을 차지한다. 이는 미호천의 수질개선이 없이는 금강 본류의 수질개선도 어렵다는 의미이다.

미호천에서 멱을 감고, 물고기를 잡던 추억이 있는 주민들은 이런 상황에 매우 당황하고, 안타까워한다. 안타까운 나머지 여러 경로로 문제점을 찾아내어 민원을 제기하지만, 오히려 행정에서는 소극적인 대응을 한다. 최근 하천돌봄이라는 형식으로 주민들이 직접 오염의 원인을 찾고, 기록하며, 대책을 제시하는 활동이 진행되고 있으나, 실질적인 개선으로 이어지지 못하고 있다. 왜 그런 것일까? 오염의 원인을 아는데도 왜 해결하지 못하는 것일까?

최근 미호천 상류 지역을 연구하기 위해 현장을 답사하다가 한 주민을 만났다. 보통은 연구 등의 목적으로 답사를 하는 쪽에서 만남을 요청하는데, 이번에는 청주시 북이면 주민에게서 먼저 연락이 왔다. 그 주민은 가축분뇨에서 나오는 악취 때문에 주민들이 너무 큰 고통을 겪고 있다는 했다. 이러한 악취는 최근 4~5년 전부터 심해졌고, 지금은 살기 어려울 정도라고 한다. 청주시에 여러 번 민원을 제기하고, 관련 부서도 찾아갔지만 뚜렷한 대책이 없다는 답변뿐이었다.

악취의 원인은 의외였다. 전에는 가축을 사육하는 축사에서 발생하는 악취로 민원이 많았는데, 요즘은 축사 자체에서는 악취가 심하지 않다고 한다. 대신 퇴비라는 명목으로 농경지에 뿌려지는 가축분뇨로 인해 인근 주민들이 고통을 받는다고 한다. 논밭에 뿌려져 있는 가축분뇨를 직접 찍은 사진까지 보여주셨다. 뿌린지 얼마 되지 않는 것부터 오래되어 수풀이 무성한 것도 있었다.

비가 오면 가축분뇨에서 흘러나온 침출수가 인근 하천을 통해 미호천으로 흘러 들어간다. 인근 하천의 바닥은 검은 뻘이 되었다. 북이면 주민은 악취에 고통받고, 미호천은 침출수로 오염되었다.

축산을 장려하는 부서와 오염을 단속하는 부서가 다른 것도 해결을 어렵게 하고 있다. 논·밭 농사로는 먹고살기 어려운 상황에서 축사가 늘어나는 것을 금지하기도 어렵다. 축산농가에서도 가축분뇨 처리에 골머리를 앓고 있다고 한다.

북이면의 383개의 축산농가 중 382개의 축산농가가 가축분뇨를 퇴비 형태로 자가처리한다.(주로 밭에 살포) 그런데 북이면에서 발생하는 가축분뇨를 모두 북이면의 밭에 뿌릴 경우 108cm까지 쌓인다고 주민은 말한다. 그렇다면 그 많은 분뇨는 다 어디로 간 것일까? 그러고 보니 차를 타고 지날 때면 유독 북이면 근처에서 분뇨 냄새가 심했는데, 그 이유가 논밭에 뿌려진 가축분뇨였다. 소각장 배출가스로 싸워오고 있는 북이면에 가축분뇨(糞)가 또 주민들의 분(憤)을 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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