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전 번역가

위사(委蛇)는 머리가 두 개 달린 뱀을 뜻한다. 고대에는 이 뱀을 본 사람은 반드시 죽는다는 미신이 성했다. 춘추시대 초나라 사람 손숙오는 어린 시절에 길을 가다가 우연히 이 뱀을 보게 되었다. 그 순간 이 뱀을 본 사람은 죽는다는 말이 떠올라 자신도 분명히 죽게 될 것이라 믿었다. 갑자기 다리에 힘이 풀리고 절망이 몰려왔다. 하지만 손숙오는 또 다른 걸 생각했다.

“다른 사람이 지나가다 이 뱀을 보게 되면 그도 죽을 것이 아닌가? 이 뱀을 그대로 놔두면 무고한 사람만 죽게 된다.”

하고는 급히 돌멩이를 집어 뱀에게 마구 던졌다. 뱀은 도망가지 못하고 돌에 맞아 죽고 말았다. 손숙오는 그 뱀을 아무도 보지 못하게 땅에 묻었다. 집에 돌아와서 어머니에게 그대로 이야기했다. 그랬더니 어머니가 말했다.

“사람의 목숨은 하늘에 달린 것이지 위사에게 달린 것이 아니다. 아무리 요괴라고 해도 정직하고 용감한 아이에게는 해를 입히지 않는다. 그러니 마음 쓸 것 없다.”

이후로 손숙오는 초나라에서 재상을 지냈고 노년은 편했고 오래 살다 죽었다.

춘추시대 제나라 환공은 사냥을 마치고 돌아오는 길에 풀숲에서 위사가 머리를 곧추세우고 혀를 날름거리는 걸 보았다. 환공은 가슴이 섬 하도록 놀랐다. 그만 자신도 모르게 크게 소리쳤다. 으악! 그러자 옆자리에 있던 재상 관중이 물었다.

“대왕께서 무슨 일로 그렇게 놀라신 겁니까?”

그러자 환공이 물었다. “조금 전에 머리가 둘 달린 뱀을 보지 못했는가?”

사실 관중은 그 뱀을 똑똑히 보았으나 보지 못했다고 대답했다. 궁궐로 돌아온 환공은 위사를 본 사람은 죽는다는 말을 자꾸 떠올렸다. 그 때문인지 결국 병이 들어 자리에 누웠다. 그리고 신하들을 일절 만나지 않았다. 관중은 고민에 빠졌다. 다음날 점을 치는 관리 고오가 환공을 뵙고자 찾아왔다. 고오는 환공이 평소 총애하는 신하라 허락을 받았다. 고오가 아뢰었다.

“요 며칠 계속해서 제나라의 별자리가 유독 반짝이고 있습니다. 나라에 경사라도 생길 것만 같습니다.”

그러자 환공이 속에 담고 있던 것을 슬그머니 물었다.

“위사가 어떤 뱀이냐?”

고오가 놀란 표정을 지으며 대답했다. “만일 일반 백성이 위사를 보았다면 그건 죽음을 맞게 됩니다. 하지만 제왕이 그 뱀을 보았다면 이는 천하를 제패할 수 있는 증표입니다.”

그러자 환공이 갑자기 기쁜 표정을 지으며 목소리를 높였다.

“그 뱀을 내가 사냥 갔다 오는 길에 분명히 보았느니라!”

그날로 환공의 병은 씻은 듯이 나았다. 이는 재상 관중이 교묘히 꾸민 것이다. 나중에 환공은 정말로 춘추시대 첫 번째 천하 최고 강자의 자리에 올랐다.

반신반의(半信半疑)란 반은 믿고 반은 의심한다는 말이다. 일이 잘되고 못 되고는 얼마나 최선을 다했는가에 달려 있지 결코 요행이나 미신에 달린 것이 아니다. 운이란 최선을 다한 사람에게 찾아오는 선물인 것이다.                                                                               aionet@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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